#1. 현대자동차는 24일부터 쏘나타와 싼타페를 생산하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 가동을 부분 중단키로 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이미 감산에 돌입하긴 했지만, 현대차의 감산은 2005년 공장 가동 이후 처음이다.
#2. 고급 외장용 강판을 생산하는 동부제철은 올해 4분기에 10만톤 가량 제품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구조적인 공급 과잉 탓도 있지만, 환율 급등으로 원가는 오르는 반면 수요 부진으로 제품값 인상이 쉽지 않은 탓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소비 위축을 우려, 감산 작업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불황기 때면 소비자들이 내구재 소비를 곧바로 줄이는 점을 감안, 이미 자동차 및 가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철강을 중심으로 생산 축소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실물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자동차 업계.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의 자동차 소비가 8월 15%(전년 동월비) 감소한 데 이어 9월에는 22%나 급감했다. 10월 소비량은 '공포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렇다 보니 미 정부로부터 250억달러의 구제금융 승인을 받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빅3'는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해 대규모 공장 패쇄와 감산에 들어갔다. 최근엔 소형차 위주의 생산으로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았던 도요타와 현대차마저도 감산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로버트 번스 대변인은 "미국 주택경기 침체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얼어붙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발 충격은 유럽 경제에도 삭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펠이 독일 보훔 공장 생산라인을 2주간 멈추기로 하는 등 다임러, 르노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도 잇따라 감산과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신흥 자동차 생산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경우, 감산은 물론 52개 토종 브랜드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 청 샤오동 자동차 부문 책임자는 "일부 부실한 브랜드와 경쟁력 없는 업체들이 내년부터는 도태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와 LCD업계도 속속 감산에 들어갔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충북 청주 M9 공장에 이어 경기 이천 M7 공장마저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 유진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도 지난달 폐쇄했다. 또 국내ㆍ외에서 운영하는 5개의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중 내년 초까지 한 군데만 남기고 폐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량을 30% 가량 줄인다는 방침이다.
LCD 분야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8월부터 생산량을 10% 가량 줄였고, 삼성전자도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최근 전 세계적 경기 침체로 모니터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가 줄어들자 IT기기용 LCD 생산량을 5% 가량 줄였다.
철강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와 가전, 건설 등 철 수요 산업이 고꾸라짐에 따라 생산 감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동국제강은 건설용 형강 생산량을 10~20% 줄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고, 현대제철도 H형강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최근 수년 간 호황이었던 조선업의 수주가 줄고 있어 향후 감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기업인 아르셀로 미탈도 미주, 유럽 공장의 건설용 강재 생산을 15% 가량 줄이기로 했고, 중국 바이오강과 난징강철, 신일본제철과 JFE스틸도 감산 결정을 내렸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주선 기업연구본부장은 "소비 침체가 본격화함에 따라 앞으로 감산 및 인력 구조조정 열풍이 전 산업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손재언 기자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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