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이미지 시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이미지 시대

입력
2008.10.23 02:21
0 0

내가 청소년일 때, 80년대 후반의 대중가요들은 박자가 한참 느렸다. 물론 그때도 빨라서 왠지 춤을 추고 싶어지는 가요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요즘 노래들의 속도에 비하면 거북이 걸음이었다. 느린 대신 가사가 분명히 들렸다. 가슴이 멜로디(가락)보다는 노랫말을 먼저 받아들였던 것 같다.

노랫말이 와 닿아야 가락도 와 닿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21세기의 대중가요는 대체적으로 엄청나게 빠르다. 일단 그 박자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느냐 없느냐에 승부가 걸린 것 같다. 노랫말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일단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가 벅차다. 랩 부분은 아예 한 단어도 귀에 걸리지 않을 때가 태반이다. 게다가 영어를 최대한도로 섞는 게 최신 가요들의 유행이니, 영어하고 담 쌓은 지 오래 된 사람으로서, 노랫말이 아니라 거의 고문의 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대중가요의 최대 소비자인 요즘 청소년들은 노랫말이 팍팍 와 닿을 것이다. 아니, 노랫말이 와 닿는 것이 아니라, 가수들의 춤사위라는 시각적 이미지가 먼저 와 닿고, 그 다음에 노랫말이라기보다는 청각적 이미지 번개가 몰아칠 테다. 대중가요에서 의미를 찾던 시대는 저물었고, 오로지 이미지를 찾는 시대다. 의미는 'want nobody'다.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