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는 기업인이 재단을 만들어 한국 가곡 중흥에 나섰다. 세일음악문화재단 이사장 정승일(68)씨다. 세일음악문화재단은 11월 1일 호암아트홀에서 오페라 아리아와 한국가곡을 무대에 올려 설립 기념 음악회를 연다.
한양대 공대 출신인 정 이사장은 건설 분야 기계설비업체인 ㈜세일이앤에스 대표로, 남성 합창단 '쏠리스트 앙상블' 대표와 국립합창단 이사장을 지낸 음악 애호가다. 세일음악문화재단은 콩쿠르와 공연을 통해 한국 가곡의 르네상스를 꾀할 생각이다.
"1970,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가곡이 참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은 무대도, 관심도 많이 줄어든 것이 아쉽습니다. 독일의 리트, 러시아의 로망스, 이탈리아 칸초네 등 음악 선진국들은 모두 자국 언어로 된 예술가곡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제나라 말로 된 가곡을 갖고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우리나라 성악가들이 외국 콩쿠르에 나가 우리 가곡을 부르면 심사위원들이 한국에 저런 훌륭한 가곡이 있었나 하고 놀랍니다. 우리 가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한국음악의 세계화를 이끄는 첫발입니다."
현재 독일 리트와 오페라 아리아, 두 부문으로 치러지는 일반적인 국내 성악 콩쿠르와 달리 세일문화재단은 한국가곡 중심의 콩쿠르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성악가에게 주는 상 외에 한국가곡 작곡상을 마련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북돋울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고교 때 선생님이 성악을 권할 만큼 노래를 잘 했지만 "워낙 먹고 살기도 힘들던 시절이라 예술을 할 용기와 열정이 모자라서" 공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당시 국내 유일의 프로 합창단인 KBS합창단에서 활동하며 학비를 벌었고, 그때 함께했던 성악도들과 졸업 후 쏠리스트 앙상블을 만들어 지금까지 25년간 해마다 연말이면 공연 무대에 서고 있다. 그는 서울 역삼동의 회사 빌딩 지하에 70여석의 오붓한 음악홀도 만들고 있다. 이달 말까지 완공하고 12월에 문을 열어 작고 아늑한 살롱음악회 공간으로 쓸 계획이다.
"쏠리스트 앙상블과 보낸 25년이 제 인생을 살찌워 주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모르는 성악가가 없고 그들의 세계와 어려움도 잘 알지요. 음악 콩쿠르를 만드는 건 오랜 꿈이었는데, 재단을 만들고 콩쿠르를 하게 돼 은퇴 후 할 일의 하이라이트를 미리 준비한 셈이 됐습니다. 은퇴하면 하고 싶은 일만 하자고 마음 먹었거든요."
세일음악문화재단의 한국가곡 콩쿠르는 내년부터 매년 5월 중순에 열고, 총 6,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할 계획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사진 조영호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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