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피해자 문제 미해결을 이유로 일본이 거부하고 있는 대북한 에너지 지원을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이 대신 떠 안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6자회담 합의 사항을 참가국 일본이 아니라 이들 나라가 대신할 경우 일본의 자격 시비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일본이 북한에 지원해야 할 중유 20만톤 상당의 에너지를 호주, 뉴질랜드와 유럽 일부 국가가 대신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고 교도(共同)통신이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호주와 뉴질랜드가 모두 3만여톤의 에너지 지원에 해당하는 각각 1,000만 달러의 자금 제공 의사를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또 영국 등과도 논의 중인데 그래도 북한에 지원할 에너지를 다 확보하지 못하면 한미 양국이 갹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일본의 동참을 계속 요청해온 한국은 물론 미국도 일본의 고집스러운 대북 에너지 지원 거부를 매우 난처해 하는 분위기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참가 회원국은 의무를 준수할 것이라는 높은 확신을 하고 있다"며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이후 거듭해서 지원 거부를 강조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일본은 6자회담 비참가국이 자국의 에너지 지원을 대신할 경우 영향력 축소는 물론 일본 역할론이 도마에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 문제에 대한 조정이 얼마나 진척됐는지 일본 정부는 알지 못한다"면서 "어느 나라가 대신 지원에 나설지 말지는 6자회담의 틀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같은 고립이 결국 일본이 목표로 하는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본 신문들은 "6자회담에서 일본의 발언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마이니치) "북한이 일본 몫의 에너지를 다른 나라로부터 받는다면 일본은 북한에 대해 납치문제 재조사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잃어버릴 수 있다"(요미우리)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이날 '일본의 6자회담 참가 자격을 논의할 때가 되었다'는 논평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이 자기의 의무 이행을 하겠다고 하는 때에 유독 그것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생떼질하는 일본 반동들에게서 회담 참가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6자회담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일본이 꼭 참가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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