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척과 친지로부터 부고(訃告)를 받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환절기를 맞아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예고 없이' 별세하는 어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돌연사를 일으키는 이들 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뒤통수를 치면서 부지불식간에 덮쳐온다. 하지만 무심히 넘겨서 그렇지 어떤 병이든 위험인자와 전조증상이 있다.
이처럼 우리 몸이 보내는 SOS 신호에 귀를 잘 기울여도 큰 화를 모면할 수 있다.
■ 급성심근경색증
급성심근경색증은 심장근육 내 주 혈관인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지거나 혈전(피떡)으로 막힘으로써 심장근육에 혈액공급이 중단돼 심장이 손상되고 멎어 사망하는 매우 위험한 병이다. 평소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는 원인의 70~80% 이상이 이 병이다.
대표적 증상은 심한 가슴통증으로 가슴 한가운데에 오는 심한 압박감이 전형적이지만, 목부터 배꼽까지 어느 부위에도 올 수 있다. 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근경색이 오기 전에 언덕을 오르거나 뛰는 등 힘든 일을 할 때 통증이 오는 협심증 증상이 먼저 온다.
통증감각이 둔한 경우 숨쉬기 힘든 증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한 부정맥이 생겼다면 불행하게도 사망하거나 실신하는 것이 첫 증상이 되기도 한다.
고령,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흡연, 고혈압, 만성 콩팥병 등이 있으면 심근경색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질환이 있는 사람은 평소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으로 생각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큰 병원의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다.
급성심근경색증 치료는 병원 밖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고 사망률도 매우 높지만 발병 후 3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해 막힌 혈관을 다시 여는 응급 관상동맥성형술이나 혈전용해제 치료를 받으면 사망률은 10% 이하로 낮아진다.
■ 뇌졸중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파괴되고 곧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그래서 '소리 없는 저격수'라고 불린다. 매년 10만명이 새로 걸리고 이 가운데 20~30%가 사망할 정도다.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죽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지는 출혈성 뇌졸중(지주막하출혈, 뇌내출혈)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허혈성 뇌졸중 환자가 전체 환자의 70% 정도다.
혈관이 막히면서 생기는 대표적 증상은 뇌세포가 죽으면서 언어 중추에 문제가 생겨 말이 나오지 않는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감각이 둔해지며 물체가 보이지 않거나 둘로 보이기도 한다. 빙글빙글 돌거나 어지럽고 토하기도 한다. 모두 뇌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액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러나 뇌 혈관이 70% 이상 막히면 이런 전조증상을 눈치채기도 전에 사망하기도 한다. 또 뇌 혈관이 파열되면 머리가 부서질 듯 아프고 음식물을 토하는 환자도 있다. 혈액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면 정신을 잃는데, 대부분 목 뒤쪽이 뻣뻣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보통 뇌는 100g 당 50㏄ 이상의 혈액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보다 적으면 뇌졸중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30분 이내 전조 증상이 사라지지만 몇 시간 지속되다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나 장애가 그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증상이 호전돼도 이미 뇌졸중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119나 전문병원 응급실에 연락해 3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도록 한다. 욕실이나 화장실, 시끄러운 장소 등에서 쓰러진 환자는 머리 부위를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것이 좋다.
흡인성 폐렴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음식물이나 약을 절대로 먹이면 안 된다. 환자가 누워 있으면 벨트와 단추를 풀고 입 속에 토한 것이 있으면 조심스럽게 꺼낸 뒤 편안한 자세를 취하도록 해준다.
● 도움말삼성서울병원 권현철(순환기내과) 최진호(순환기내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김범수 교수
■ 뇌졸중 예방 10계명
1. 담배는 미련 없이 끊어라. 흡연자는 뇌졸중 발생률이 2~3배나 높다.
2. 술은 두 잔까지만 마셔라. 술 종류와 상관없이 매일 7잔 이상을 마시면 발병위험이 3배나 높아진다.
3. 과체중을 주의하라. 비만은 혈중 지방과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여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역시 발생률이 2~3배 높다.
4. 주 3회 30분씩 규칙적으로 운동하라. 혈액순환과 혈관 탄력이 좋아진다. 비만 예방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5. 싱겁고 담백하게 식단을 혁신하라. 과다한 소금 섭취는 혈압을 올린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육류도 피한다.
6.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어라. 스트레스는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인다.
7.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를 주시하라. 40대 이상은 6개월에 한 번씩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체크한다.
8. 만성 질환을 방치하지 말라.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 뇌혈관기형 환자는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유지해야 한다.
9. 응급상황 시 3시간 내 병원으로 이송하라. 3시간 이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10. 한번 발병했던 환자는 재발 방지에 노력하라.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는 5년 내 4명 중 1명이 재발한다.
권대익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