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실물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27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은 과시형 행사를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을 뉴욕 파리 밀라노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패션도시로 만든다는 계획 아래 18일부터 서울 무역전시장(SETEC)에서 '2009 봄여름 서울패션위크'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번 패션위크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행사로 만든다며 컬렉션장에 '서울패션페어' 전시장을 따로 마련했다. 전시 부스와 상담 공간, 바이어 전용 카페테리아 등을 짓는 데만 수억원이 들었다.
그러나 20일 전시장을 찾은 코오롱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들이 다 어디 갔는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쇼 입장 티켓은 컬렉션 시작 불과 4일 전에 나와 참가 디자이너들마저 분통을 터트렸고, 홍보 부족으로 700석의 좌석을 반 이상 비운 채 진행된 쇼도 많았다.
아시아 출신 디자이너 4개팀 초청 쇼는 한국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스티브&요니P 커플이 없었더라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소리가 나오기 십상이었다. 모 유명 스타일리스트는 "옷과 모델, 메이크업이 제각기 따로 노는 준비부족의 쇼를 왜 굳이 돈 줘가며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해외에서 120여명의 기자와 바이어를 초청하면서 이들의 왕복 항공권과 숙박비용을 모두 지원했다. 또 21일부터 25일까지 강남 두 곳의 쇼룸에서 신진디자이너 페스티벌을 열면서 해외 바이어와 디자이너들을 위해 '서울패션문화 체험'이라는 명목 아래 매일 밤 공연과 파티를 연다.
패션계 관계자는 "뉴욕이나 파리에서도 컬렉션 기간 중 파티가 많이 열리지만, 참가 디자이너나 기업이 자체적으로 여는 행사이지 시민의 세금을 들이지는 않는다"면서 "패션산업을 키우려는 서울시의 노력은 높이 사지만, 전시성 행사보다는 컬렉션 자체의 존재 이유인 비즈니스 기반 확충에 좀 더 신경썼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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