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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시원 '묻지마 살인'에 담긴 사회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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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시원 '묻지마 살인'에 담긴 사회병리

입력
2008.10.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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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에서 20일 발생한 방화살인사건은 병리적 살인범죄 문제와 고시원 관리라는 두 가지 과제를 남겼다. 우리사회에도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 급증해 올해에만 벌써 4건이 발생했다. 3월 강원 양구에서 여고생이 숨지고, 7월에는 동해시청 민원실에서 공무원이 희생됐다. 8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길 가던 40대 남성이 죽음을 당했다.

범인들은 하나같이 가난과 좌절에 빠진 사회 부적응자였다. 삶에 대한 절망과 소통의 단절, 피해의식이 자포자기식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살의로 표출됐다. 6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이번 사건의 범인도 어릴 때 따돌림을 당했고, 고교 졸업 후 서울에 와서도 친구 없이 외톨이로 지냈다. 여기에 월 17만원 하는 고시원 방값조차 못 낼 만큼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자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가 싫다"며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마구 찔러댔다.

'묻지마 살인'의 1차 원인은 개인의 정신적 문제에 있다. 그러나 사회 환경이 그것을 부채질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경제불황과 사회 양극화, 무한경쟁과 공동체의식의 상실에 따른 불만과 절망이 타인에 대한 이유 없는 폭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묻지마 범죄'를 사회병리적 시각으로 접근해 서둘러 예방 시스템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고시원의 현실도 심각하다. 한 평 남짓한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복도는 좁은 데다 창문까지 폐쇄했으니 화재에 속수무책이다. 2004년 수원에서 4명, 지난해 서울 잠실에서 8명, 석 달 전 경기 용인에서 7명이 고시원 화재로 어이없이 사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용자 제한이나 외부인 출입통제도 거의 없어 각종 범죄에 취약하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시내 고시원의 57%가 공부방인 아닌 숙박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고시원은 소방시설 흉내만 내고 신고하면 영업할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있다. 관리하는 행정부서도 없다. 고시원 난립을 막고,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숙박시설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보다 엄격한 관리와 관계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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