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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낸 일렉트로닉 뮤지션들/ 'W'와 '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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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낸 일렉트로닉 뮤지션들/ 'W'와 '하임'

입력
2008.10.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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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은 최근 대중음악의 주목받는 흥행코드이다. 중독성 있는 리듬과 멜로디가 자칫 지루해지는 가요의 공식에 신선함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렉트로닉 음반을 표방하는 것은 여전히 메인 스트림과 거리가 있다.

마니아적이면서, 나긋나긋한 멜로디에 솔깃하는 국내 팬들의 기호에 딱 맞지 않아서다. 그래서 최근 음반을 낸 하임(haihmㆍ본명 김하임)과 W & Whale 등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의 시도는 척박한 시장 상황에 도전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 'W & Whale'로 컴백 'W'

90년대'코나' 로 활동하는 등 10년 넘게 가요계 밥을 먹은 배영준(기타), 한재원(건반), 김상훈(베이스)의 그룹 W가 신인 여자 보컬 Whale(본명 박은경)을 만나 결성된 W & Whale이 새 음반 'Hardboiledㆍ하드보일드'를 내놓았다.

2집 앨범 'W'로 2006년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앨범상을 받은 실력파 뮤지션 W와 이들의 띠동갑 뻘인 신인 Whale의 만남은 살길을 모색하는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다. W와 Whale이 만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자 보컬을 뽑는 오디션에 아무 설명도 없는 CD 한 장만 덜렁 보낸 거에요. 누구길래 이러나 싶어서 들어보고 그 가창력에 깜짝 놀랐죠." (배영준) "Whale의 등장으로 전과 다르게 모든 곡이 라이브가 가능한 밴드형 그룹이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죠."(한재원)

W 멤버들의 Whale에 대한 칭찬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Whale을 돋보이게 할 정도이다. 하지만 Whale은 아직 겸손이 더 익숙한 신인 같다. "처음에는 오빠들이 쓰는 가사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어요.하하."(Whale)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낸 정교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내세운 W의 전작과 달리, 'Hardboiled'는 일렉트로닉에 마치 록 밴드 같은 활력을 더했다. 'Too young to die'의 끈적함부터 'Whale song'의 나른함까지 다채롭게 소화하는 Whale이 곡의 중심을 잡아준 덕분이다.

이런 결과로 W가 그들의 전신격인 코나 시절부터 추구한 '한국형 일렉트로닉' 음악도 보다 또렷해졌다. 앨범 타이틀 그대로 '하드 보일드'의 정서가 일관되게 흐르는 콘셉트 속에서 각각의 곡들은 가요 특유의 감성과 일렉트로닉, 록의 교집합을 찾아낸다.

최근 유행하는 국내의 일렉트로닉 음악들은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를 반복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과 달리, "서사성이 있는 멜로디를 추구"(김상훈) 하는 W의 정체성이 분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 클래식에서 출발한 '하임'

1집 'Haihm'으로 가요계에 명함을 내민 하임은 국내 음악계에서 찾기 힘든 여성 일렉트로닉 싱어 송 라이터라는 점에서 일단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 음대에서 4년 동안 피아노 연주자 과정을 마친 '클래식'경력이 따라 붙어 신인가수 이상의 '아우라'마저 풍긴다. 형식에 가장 보수적인 클래식, 여기에서 대척점을 이루는 일렉트로닉으로의 이동이 일단 궁금했다.

"유학을 떠나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음악을 좋아하지만 눈 뜨면 피아노를 쳐야 하는 삶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죠. 소리에 대한 매력에 끌렸어요. 주변의 사물이 들려주는 그냥 소리요." 그래도 일렉트로닉은 튀어도 너무 튄다. 대부분의 클래식 출신 대중음악인들은 주로 크로스오버라는 보다 순탄한 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왜 일렉트로닉이냐…. 결국 소리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음악을 듣다가 '어 이게 뭐지'라는 장치가 담긴 걸 개인적으로 좋아했어요. 스네어드럼이 들어갈 때 다른 음향이 들어가 마치 스네어드럼인 것처럼 들리도록 하는 식으로요. 피아노 연주에도 이런 게 가능해요. 뭐 그러니까 클래식 피아노나 일렉트로닉이나 크게 다르단 생각을 안 했어요."

유학을 접고 귀국한 때가 1997년. 앨범을 내기까지의 시간이 무려 10년이다. 긴 시간의 공들임 덕분에 신보는 '참다가 한번에 터트린 것'같은 뮤지션의 욕심으로 가득하게 들린다.

"남들처럼 여러 곡 중에서 앨범 곡을 고른 게 아니에요. 처음부터 목표로 곡 수를 정해놓고 만들어갔죠. 하나의 스토리로 들리기를 원했어요. 대중성이요? 아 그거 저한테 가장 취약한 부분인데."

하임의 앨범엔 알게 모르게 고수들의 손길이 묻어있다. 박창학 작사가와 코러스의 조원선(롤러코스터), 그리고 윤상이 그들이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윤상씨의 곡을 예전부터 좋아해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저와 공동작업을 한 인연도 있고, 후배가수들이 윤상씨의 곡을 모아 만드는 일종의 트리뷰트 앨범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요즘도 컴퓨터채팅으로 의견 교환을 많이 하죠."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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