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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다룬 소설 '고모라' 작가 살해위협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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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다룬 소설 '고모라' 작가 살해위협 받아

입력
2008.10.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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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실상을 속속들이 파헤친 논픽션 베스트셀러 <고모라(gomorrah)> 의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29)가 살해 위협을 받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스크린으로 옮겨져 흥행에도 성공한 소설로 인해 수사 당국의 대대적인 소탕작전이 이어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나폴리 일대의 조직 카모라가 사비아노를 오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반드시 죽이라는 '암살 지령'를 내렸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과 타임스 온라인판이 21일 전한 바에 따르면 나폴리 검찰청의 반마피아국은 최근 카모라파의 조직원 진술을 인용해 이 조직 안에서도 가장 폭력적이고 잔혹하기로 유명한 카살레시 그룹의 보스가 사비아노를 처결하는데 총력을 다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확인했다.

소설에서 그 악행이 폭로된 카살레시 그룹은 지난 8월 나폴리 근교의 해변도시 카스텔 볼투르노에서 아프리카계 이주민 6명이 집단 살해된 뒤 지난 수주일간 경찰의 표적이 돼 큰 타격을 받았다.

검찰 당국은 보스의 지시를 받은 조직원들이 사비아노를 죽이기 위해 그의 차량에 장착할 기폭장치를 구입하다가 발각되는 등 위협의 강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카모라파는 사비아노와 사복 경호원들이 탄 승용차가 나폴리-로마 간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동안 폭파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 출신인 사비아노는 카모라에 직접 잠입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2006년 <고모라> 를 출간한 이래 계속 살해 위험에 처해 왔다.

경찰은 지금까지도 사비아노에 대해 24시간 신변 보호를 해 왔는데 얼마 전부터는 군 병력을 증원 배치하는 등 경계 조치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고모라> 는 카모라가 마약밀매에 관련해 저지른 수많은 살인사건 뿐만 아니라 술집과 상점, 패션산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쓰레기 처리에도 관여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범죄 현장을 실명으로 생생히 묘사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만 140만부나 팔려 나갔다.

소설은 전세계 42개 언어로 번역 출판됐으며 올해 마테오 가론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 관객 동원에도 성공했다. 영화는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내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추천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사비아노는 그간 카모라의 눈을 피해 숨어 지냈으나 소설과 영화의 히트로 공개석상이나 언론 매체에 노출되는 기회가 잦아짐에 따라 피습당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암살 위협에 대해 정부에선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까지 나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본인은 집요한 카모라파의 마수를 피해 해외 이주를 적극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비아노는 지난주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 인터뷰를 통해 "신변 위협을 받는 생활이 나를 나쁜 쪽으로 변화시켜 의심 많고 말 수가 없는 은둔자로 만들었다"며 "시계를 되돌릴 수 있을 경우 <고모라> 를 다시 쓴다고 장담하지 못하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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