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특히 천재적인 음악가의 음악은 듣는 이들을 저 높은 세상으로 고양시킨다. 그러나 정작 음악인 자신에게 그것은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인지 모른다.
천부적인 재능을 세상에 남기고 요절한 실존 음악인을 다룬 두 편의 영화 '컨트롤'(30일 개봉)과 '피아노, 솔로'(23일 개봉)는 고독한 음악 영화이다. 주인공들이 얼마나 대단한 재능을 가졌는지를 부각시키는 영웅담이 아니라, 어쩌면 타인과 영원히 소통하지 못할 아티스트들의 내면을 다루고 있다.
'컨트롤'의 주인공인 이언 커티스(샘 라일리)는 고딕 록의 창시자이자 1979년 첫 앨범 'Unknown Pleasure'가 영국 인디 록 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으로 꼽히는 밴드 '조이 디비전'의 보컬이었다. 그는 밴드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며 미국 순회공연을 앞둔 어느 날, 23세의 젊은 나이에 목을 매 자살한다.
'피아노, 솔로'의 주인공인 재즈 피아니스트 루카 플로레스(킴 로지 스튜어트) 역시 쳇 베이커, 데이브 홀랜드 등과 협연하며 명성을 떨쳤지만 39세의 나이에 목숨을 끊었다.
이언 커티스에게는 간질과 두 여인 사이에서의 방황이, 루카 플로레스에게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 탓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한 정신질환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들의 자살을 납득시킬 만큼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대신 그들의 음악이 있다. 건조하고 음울한 사운드를 배경으로 울분에 찬 심정을 중얼거리다가 절규하는 이언의 노래가, 스스로 "죽음을 부른 마단조 음계"라고 일컬었던 루카의 음악이.
15세 이상, 그리고 "말은 속이지만 음악은 천국과 지옥 어디든 갈 수 있거나, 또는 그 주변을 떠돌 수 있다"는 루카의 말에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영화.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