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기금이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사실상 직무를 유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축은행 계정 적자가 급증, 2조2,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문제되고 있는데도 예보는 별다른 대책 없이 다른 계정에서 차입하는 임시방편으로 저축은행 계정의 부실을 메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부실이 우려되는 저축은행에 대한 직권조사나 조치 요구 등을 행사하지 않아 저축은행의 부실을 방치, 조장했다는 비난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한구(한나라당) 의원은 20일 예보 국정감사 자료에서 예보기금의 저축은행 계정은 8월 말 현재 2조2,478억원 적자 상태로, 다른 계정에서 차입해 연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계정이 다른 계정에서 차입한 잔액은 2003년 말 224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7,332억원, 올해 8월 말에는 2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예보기금은 평소 금융기관의 보험료를 받아 운용하다가 금융기관의 부도 등 부실이 발생했을 때 해당 금융기관에 저축돼 있는 보호 대상 예금(5,000만원 한도)을 대신 지급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2003년 이후 영업 정지된 13개 저축은행의 예금을 대신 지급하며 사용된 보험료는 2조9,524억원에 달한다.
이 의원은 "예금보험기금의 계정 간 부실이 전이되지 않도록 계정 간 거래 한도가 설정돼 있지만 예보는 저축은행의 차입 한도가 부족하자 올해 7월 산정방식을 변경해 한도를 약 7,000억원 확대했다"며 "근본적 해결 없이 타 계정이나 기금 전체의 동반부실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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