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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막 창원 람사르총회 'CO2 줄이기'/ 회의 땐 머그잔 들고, 이동 땐 하이브리드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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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막 창원 람사르총회 'CO2 줄이기'/ 회의 땐 머그잔 들고, 이동 땐 하이브리드카로

입력
2008.10.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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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남 창원에서 개막하는 '2008 람사르 총회'에 참석차 미국 뉴욕에서 온 스미스씨. 저녁 늦게 호텔 방에 들어서는 순간 썰렁한 냉기를 느낀다.

에너지를 아껴 이산화탄소(CO2)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객실이 비어있는 낮 동안 난방기를 가동하지 않는다는 호텔 직원의 말을 들은 터였다. 취지에 공감한 그는 난방 스위치를 올린 뒤 실내온도를 18도에 맞춘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환경보호를 위해 침대시트와 타월 재사용에 협조를 부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텐트형 홍보물이 눈에 들어온다. 새 것으로 교체를 원할 경우 사용한 타월 등을 지정된 장소에 두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욕실 세면대에도 1회용이 아닌 리필 용기에 담긴 샴푸와 바디클린저가 놓여있다. 물론 치약과 칫솔은 제공되지 않는다는 안내를 이미 받은 터였다.

여장을 풀고 호텔 식당을 찾은 스미스씨. 메뉴판에는 '뜨거운 음식' '찬 음식' '매운 음식' 등 음식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있다. 웨이터의 도움까지 받아 어렵지 않게 음식을 주문한 그는 그릇을 말끔히 비운다. 음식물쓰레기 발생량 '제로(0)'.

다음날 총회가 열리는 창원컨벤션센터(CECO)로 향한 스미스씨는 인터넷으로 등록을 마치고 천 가방을 받아 든다. 가방 안에는 재생용지로 만든 폴더에 자간(字間), 행간(行間) 간격을 최대한 줄여 양면 인쇄한 회의자료와 신문재생지로 만든 연필이 들어있다.

총회 사흘째 오후. 한국인 친구와 함께 총회 공식 탐방 코스인 창원 주남저수지를 찾기로 한 스미스씨는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에서 시내버스 운행 및 배차시간, 요금을 확인한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시내버스에는 천연가스를 쓴다는 마크가 찍혀있다.

가상인물 스미스씨의 일정을 통해 미리 엿본 '2008 람사르 총회'의 광경이다.

총회준비기획단은 이번 총회를 '환경 올림픽'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친(親)환경 행사로 치르기 위해 행사 전반에 걸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준비해왔다.

환경문제를 입으로만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숙박시설과 음식 준비에서 회의장에 비치하는 용품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환경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회의로 진행, '친환경 국제회의'의 표준 모델로 인정 받겠다는 취지다.

회의자료는 물론, 호텔 객실 안내문과 식당 메뉴판 등에 재생용지를 쓰는 것은 기본. 홍보물도 꼭 필요한 내용만 담아 용지 및 잉크 사용을 최소화 한다. 복사기 등 용품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을 쓰고, 회의장 곳곳에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비치한다.

1회 용품도 철저히 배제한다. 캔이나 페트병에 담긴 음료수 대신 생수통과 물 주전자가 놓이고, 종이컵 대신 머그 잔이 제공된다. 특히 회의장 주변 음료대에 머그 잔 500여개와 함께 식기세척기를 비치해 참가자들이 머그 잔을 직접 씻어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식기세척기도 세제 없이 고열과 적외선을 이용해 물 사용량을 세제 이용 때보다 5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다.

'탄소상쇄기금(carbon offset fund)' 조성 계획도 눈길을 끈다. 참가자들이 이용한 교통수단과 이동거리 등을 토대로 CO2 발생량을 계산, 그에 상응하는 돈을 자발적으로 내도록 한 것.

예를 들어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스미스씨의 총 이동거리는 2만4,130km로 이 과정에서 CO2 2.5톤이 배출되는데, 여기에 배출권 거래 평균가를 곱한 32.5달러를 탄소상쇄비로 내면 된다.

국내 참가자의 기부금은 항공기나 승용차는 30달러, 대중교통은 15달러로 책정됐다. 기획단은 이런 방식으로 3,000만원 가량의 기금을 모아 람사르 사무국에 전달, 재생에너지 개발과 저개발국 습지보전 정책 등에 사용토록 할 계획이다.

기획단은 이밖에 차세대 '하이브리드(Hybride) 카' 6대와 천연가스 승용차 1대를 행사용 차량으로 투입하고, 자원봉사자들은 되도록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도록 할 예정이다. 시내버스 회사들에도 행사장 주변 노선에 천연가스 버스를 운행토록 협조를 구했다.

기획단은 친환경상품진흥원에 의뢰해 총회 기간 동안 이 같은 계획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 모니터링 하도록 했다. 황석태 총회준비기획단 단장은 "모니터링 결과가 나오면 문제점을 보완, 발전시켜 완성도 높은 '친환경 총회 관리ㆍ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 국내에서 유치하는 각종 대규모 국제회의에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람사르 총회

'람사르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 대표들이 3년마다 모여 습지 보전에 관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환경 올림픽'으로 불린다.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경남 창원에서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주제로 열리는 10차 총회에는 160여개 당사국 대표와 유엔환경계획(UNEP) 등 국제기구 관계자, NGO 대표 등 2,000여명이 참가한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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