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요즘 혼돈 그 자체다. 하루 주가 등락폭이 100포인트를 넘는 경우가 흔하고, 하루 살짝 오르나 싶으면 다음 날 곤두박질치기 일쑤다. 시장이 종 잡을 수 없다 보니 전문가들도 입 열기를 극도로 꺼린다. 어떤 종목이 뜨고 질지, 언제 사고 팔아야 할지를 섣불리 이야기 하지 못한 채 터널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혼란 속에서도 또랑또랑 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워렌 버핏과 같은 가치투자의 신봉자들이다. 이들은 하루하루의 주가 오르내림이 아닌 철저한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장기투자를 해왔기에, 주가 급등락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자기 길을 가고 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 삼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위기일수록 가치투자가 중요하다
최근 국내의 내로라하는 가치투자 전문가 15명이 모여 '가치투자포럼'을 발족했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을 공동 대표로 이동식 삼성투신운용 본부장,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허남권 신영투신운용 본부장, 이채원 밸류자산운용 전무, 이택환 TSI투자자문 대표, 윤창배 알리안츠투신운용 이사, 김준연 유리자산운용 상무,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대표, 조세훈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본부장, 이정철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사장, 하상주 하상주투자교실 대표, 김민국ㆍ최진철 VIP투자자문 공동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신영증권이 2년 전부터 경력 5년차 미만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가치투자교실'의 강사로 인연을 맺은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가치투자를 주목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으고 가치투자의 철학과 장점을 널리 알리고자 포럼을 만들었다.
간사를 맡은 조용준 센터장은 "가치투자가는 대다수 투자자가 외면하는 종목을 주목하기 때문에 늘 소수로 남고 외로움을 느끼기 마련"이라며 "서로 위로도 하고 나이와 경험을 떠나 마음을 툭 터놓고 논쟁을 벌이면서 우리 투자 환경에 더 잘 맞는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투자가들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더 주목 받는 이유는 과거 위기 때마다 더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이채원 전무는 코스피지수가 39% 폭락한 2000년 11%의 수익률 냈고, 40% 폭락한 2002년에도 하락률 9%로 선방했다. 이택환 대표는 소형 가치주 중심으로 만든 '유리스몰뷰티 펀드'로 2005년 164%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정철 부사장은 2001년, 2002년 내리 성장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펀드매니저 교육시스템 개선해야
허남권 본부장은 최근 주식시장 위기의 원인에 대해 "기업 가치가 아닌 주가만 잣대로 삼아 거품(버블)을 쫓다가 생긴 결과"라며 "'주가는 기업 이익의 그림자'라는 말처럼 시점과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데도, 대부분 투자자가 기업이라는 실체 대신 그림자(주가)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준철 대표는 "환율 등 거시경제 흐름에만 빠져있다 보니 언제 사고 팔아야 할지 결정도 못하고 행동으로 옮길 타이밍도 놓치기 일쑤"라면서 "개별 기업의 분석에 초점을 맞춰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가치투자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현재 펀드매니저의 교육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용준 센터장은 "대다수 매니저들이 자기만의 투자 철학과 원칙도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며 "고객의 큰 돈을 큰 고민 없이 만지다 보니 요즘 같은 위기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포럼은 그래서 주니어 펀드매니저들과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교육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가치투자가들의 공통점
1)주가가 떨어져도 더 사들인다= 물론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건 금물. 철저한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알짜만 사들인다.
2)남들과 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대부분 오르는 종목에만 관심 가질 때 기업 가치에 비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종목을 찾는데 열을 올린다.
3)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시장이 폭락해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꿋꿋하게 밀고 간다.
4)멀리 길게 본다= 당장 오르는 종목이 아니라 불 경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1등 기업, 싹수가 있는 중소형 가치주에 집중 투자한다.
5)수비를 먼저 생각한다= 실점(리스크)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만든 뒤 공격에 나선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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