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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 길재단 설립 50주년 맞는 이길여 회장 "암·당뇨·뇌과학 등 기초의과학 투자에 한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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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 길재단 설립 50주년 맞는 이길여 회장 "암·당뇨·뇌과학 등 기초의과학 투자에 한발 더"

입력
2008.10.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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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사회에 돌려주고 싶은 생각에 재단을 만들었는데, 벌써 50년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받은 사랑을 환원하는 일이 재단의 주된 역할이 될 겁니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의 목소리는 약간 상기됐지만 던지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하고 또렷했다. 20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가천길재단 설립 50주년 및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개원 기념 심포지엄'에 앞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이 회장은 올해로 지천명(地天命)을 맞은 재단을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1958년 문을 연 인천의 한 작은 산부인과 의원(이길여 산부인과)이 모태가 된 가천길재단에 그의 한평생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가천길재단은 교육, 의료, 문화적 기능을 망라한 공익재단 성격을 띠고 있다.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 길병원, 암.당뇨연구원, 뇌과학연구소,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 가천미추홀청소년봉사단 등이 재단의 주축이다. 이 회장은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모은 재산이 모두 재단에 들어가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일문일답이 오갔다.

-재단 설립 50주년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새로운 도약, 새로운 출발을 지향하는 일종의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환자로부터 받은 사랑을 재단에 쏟아 부었기 때문에, 재단이 국가와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운영을 더 잘해야 겠죠."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국내외 재단은 있나요.

"남의 재단 얘기를 하기는 그렇지만 미국 카네기재단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철강왕 카네기 자서전을 다시 한번 읽었는데, 감명은 여전합디다. 세계적인 공익재단과 가천길재단을 비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름이 난 공익재단의 정신만큼은 본받아야 겠죠."

-재단에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부분이 있을텐데요.

"병원이든 학교든 한마음으로 사랑합니다. 굳이 애착의 강도를 따지자면 암.당뇨연구원과 뇌과학연구소가 아닐까 싶어요. 국가도 하기 힘든 일을 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천길재단은 2004년 64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규모의 뇌과학연구소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뇌과학자 조장희 박사를 이 회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직접 영입했다. "뇌를 손바닥처럼 들여다 볼 수 있는 퓨전 영상시스템 개발이 임박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5월 인천 송도 테크노파크에 문을 연 암.당뇨연구원 개원에는 670억원의 막대한 돈이 투입됐다. 암과 당뇨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출신 김성진 박사도 그가 데려왔다. 연구.운영비로 1년에 100억원씩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암.당뇨연구원과 같은 기초의과학 분야에 특히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뭔가요.

"이런 분야들은 당연히 정부의 몫이겠지요. 그러나 제대로 안되고 있잖아요. 우리(가천길재단)가 하지 않았다면 (정부가 만들기란)어려울 겁니다. 기초의과학은 자원이 한정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하며, 최우선적으로 발전시켜야 될 분야라고 생각해요. 재단에서는 4~5년전부터 세계적인 석학을 기초의과학 분야에 초빙하고 있는데, 이제서야 정부는 석학을 유치하느라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경원대 총장 일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교육에 대한 단상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부모의 교육열은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방법이 틀렸어요. 자녀들의 개성을 중시하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부모가 원하는 학교에 자녀가 가야 하고, 점수가 교육의 척도 역할을 하는 실정입니다. 크게 잘못됐습니다. 철저히 수요자 위주로 교육시스템을 확 바꾸지 않으면 우리 교육은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성을 살리는 교육이 중시돼야 합니다."

이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나 자신은 가진 재산이 별로 없다"며 "대학 동창회 등에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얼마 안 되는 돈이 전부"라고 했다. 개인적 기부 의향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다. 대신 가천길재단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은 톡톡히 할 것이라는 게 그의 다짐이었다.

이 회장은 "바람개비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지 않는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들이 있는 한 의사이자 교육자이자 병원 경영자로서의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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