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배럴 당 130달러까지 치솟던 올해 6월 미국의 한 전기자동차 회의장에는 예상보다 4배나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람들이 너무 몰려 출입을 제한해야 할 정도였다. 회의장 분위기도 록 콘서트 무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열광적이었다. 아름다운 여인과 전기차를 운전하는 홍보 화면이 나오자 청중은 환호했다. 전기차가 곧 가솔린 차량을 대체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불과 4개월 전 이야기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도요타자동차의 빌 라이너트는 참석자들과 사뭇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가솔린과 전기를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의 디자이너였던 그는 "신차를 디자인하고 양산하려면 5년이 걸리는데다 유가가 배럴 당 60~70달러로 떨어지면 전기차 수요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 하락이 전기차 등 대체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데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유가 하락으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태양열, 풍력 등 대체에너지 및 대체에너지를 이용한 제품의 개발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대체에너지 개발업체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는 굿에너지스의 그렉 카츠 회장은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를 비롯한 화석에너지 소비 감소 흐름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값싼 석유가 있기 때문에 대체에너지는 비용 절감 효과를 전혀 누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가솔린에 부과되는 세금이 적은 국가에선 대체에너지 개발이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 유가 변동폭이 너무 크다는 점도 개발업체 입장에선 부담이다. 도요타, 미쯔비시,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회사들은 유가가 폭등할 때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신차가 출시되려면 3년 정도 걸리고, 그 사이 유가가 폭락하면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외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기로 개발자금 자체가 줄어들면서 대체에너지 열풍이 식고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이 대부분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하이브리드차 쉐비볼트 개발을 미국 정부가 지원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금융위기의 여파로 제때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기자동차 전문업체 테슬라모터스도 내년에 새 모델을 판매하려 했지만 자금난으로 출시를 연기했고, 사무실 두 곳도 폐쇄할 방침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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