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감사원이 비공개로 덮었던 쌀 소득보전 직불금 감사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가장 큰 쟁점은 지난해 7월 감사원이 직불금 감사 결과 비공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이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가 감사 결과 은폐에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참여정부측은 "은폐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 청와대 개입 어디까지
참여정부 청와대가 감사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감사원은 당초 쌀 직불금 감사 시점을 지난해 9월로 잡았다가 2월 말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서 3월로 앞당겼다.
이호철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20일 "2006년부터 가짜 농부들이 직불금을 타간다는 보고가 청와대에 많이 올라왔다"며 "감사원이 이왕 하려면 확실히 알아봐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조원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감사 요청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청와대 지시에 따른 감사는 아니다"며 '외압설'은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6월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직불금 문제의 심각성을 보고 받고 격노하자 감사원은 7월 초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추가감사 계획을 세웠으나 이 같은 계획은 결국 흐지부지됐다. 대선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심(農心)이 요동치는 상황이어서 정치적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감사원은 "현장 확인이 어려워 부당이득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철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호철 전 실장은 "한나라당 출신 부당수령자가 훨씬 더 많았을텐데 정치적으로 활용할 의도였으면 밀어붙이지 않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특히 7월26일 감사위원회에서 전윤철 감사원장은 공개를 주장했지만 주심을 맡은 박종구 감사위원이 비공개를 주장하고 김조원 사무총장이 이에 동조하면서 '비공개'로 정리된다.
군사, 영업 기밀을 제외하고 감사원이 내린 유일한 비공개 결정인데도 심도 있는 토론은 없었다. 미리 짜놓은 각본에 따라 결론이 났을 의혹이 짙은 부분이다. 이 전 실장은 "감사위원회가 열렸는지조차 몰랐다"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 명단은 더 없나
김황식 감사원장을 비롯한 감사원 관계자들은 당초 "명단은 없다"던 것에서 "감사처분요구서에 적시한 서울ㆍ과천 지역 공무원 520명, 강남 거주자 65명의 명단은 갖고 있다"고 입장을 180도 바꾸었다. 최근 한나라당이 고위공직자 3명을 거론한 것에 비쳐볼 때 명단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감사원은 지난해 5월15일 감사 종료 후 농촌공사 서버에 남겨놓은 자료를 8월1일 폐기하기까지 두 달여 동안 그대로 남겨뒀다. 감사원 관계자는 20일 "7월26일 회의에서 감사 보류 결정이 날 경우 재분석을 위해 놔둔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 자료만 추출하고 명단은 즉시 파기했다는 감사원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 과정에서 명단을 빼돌리거나 재생산했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 현 정부 책임론은
이명박 정부가 쌀 직불금 파문에서 비켜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7월 농림부에 주의조치를 한 뒤 정부는 대책단을 꾸리고 공청회를 거치긴 했지만 1년3개월이 지난 이달 초가 돼서야 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을 냈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올 초 농림부로부터 보고를 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감사원도 올해 들어 정부의 국정 과제인 공기업 감사에 모든 인력을 집중하느라 제도개선 진행 상황 점검을 소홀히 한 점을 인정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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