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전임강사는 교원 내지 교수인가 아닌가? 당연히 교원이며 '강사'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이는 직급상의 구별인 뿐 교수다. 그런데 1980년 광주민중항쟁 직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계엄군이 전남대 정문에 주둔하며 교수 이외의 출입을 막았다. 한 전임강사가 연구실에 가려고 하자 군인들이 막아 신분증을 보여줬다. 그러자 지휘관이 하는 말. "야, 현임강사도 들여보낼까 말까 하는데 전임강사가 어딜 들어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실화이다.
교원도 비정규 노동자도 아닌
퀴즈 둘. 그러면 시간강사는 교원인가 아닌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니 당연히 교원이며 '비정규직 교수'이다. 그러나 교원이 아니라는 것이 '위대한' 대한민국 법이며 정부의 입장이다. 시간강사가 교원이 아니면 대학 환경미화원인가? 아니면 경비원인가? 시간강사가 교원이 아니라니 이런 코미디가 없다. 이같은 상식 이하의 일이 벌어진 것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 하에서 대학 통제를 위해 교육법을 개정하면서 교원의 범주에서 시간강사를 빼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우리의 시간강사들은 지난 31년간 교원으로서의 최소한의 법적 보호와 대접을 받지 못한 채 대학가를 전전해야 했다. 특히 대학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교수 채용을 줄이고 값싼 시간강사에 강의를 의존하면서 시간강사 문제는 한국 고등교육의 가장 심각한 암으로 커져 왔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우리사회의 시간강사는 약 7만 명으로 이들이 현재 대학강의의 약 절반가량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 7만명 중 80%는 강의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강사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시간 강의마저 얻기가 어려워 이들은 평균 주 4.2시간의 강의를 하고 한 달 평균 40만 6,000원의 강의료를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이 박사학위 소지자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충격적인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비싼 수업료를 내며 다시 평균 6년을 공부해 박사를 딴 고급인력들의 월수입이 40만원이라니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그 결과 지난 10년간 6명의 박사가 생활고 등을 비관하거나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목숨을 끊었다. 현실이 이러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4년 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들어 시간강사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라고 정부에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시간강사들은 교원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일반 노동자가 받는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중적 차별을 당하고 있다. 즉 노동부는 시간강사가 고등교육법 적용 대상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법 대상에서 제외해 버렸다. 자신들에게 유리한대로 교원이 아니라고 했다가, 노동자가 아니라고 했다가 마음대로 난도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강사들은 이제 한국대학 수업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강사 문제는 단순히 7만 시간강사들과 그 가족들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문제이며 한국의 고등교육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다.
고등교육법 고쳐 신분 보장을
더 늦기 전에 국회는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시간강사의 교원지위를 회복시켜줘야 한다.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이에 앞장서 이 문제에 대한 부친의 업보를 씻어주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대학의 교수 충원율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교수 채용에 대한 재정을 지원하는 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시간강사가 교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김형오 국회의장, 박근혜 의원이 한국국민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 김 의장, 박 의원에게 묻고 싶다. 시간강사는 교원이 아닙니까?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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