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구입했던 책을 다시 서점에 기증하면 책값의 절반을 환불해주고 이 책을 산간벽지 주민에게 전달하는 '북 리펀드' 운동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습니다.
독서문화 진흥과 소외계층 지원이라는 대의명분은 훌륭했지만 첫 달의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지난 한달간 판매된 북리펀드 대상 도서는 전체 2만권 중 2,010권, 반환된 책은 232권에 그쳤습니다. 2만권 중 절반 가량은 되돌아올 것이라고 낙관했던 출판계의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결과이지요. 책의 판매와 환불을 맡았던 교보문고측은 그 원인을 책의 구입과 반납기간의 간격이 너무 짧기 때문(최대 20일)이라고 분석하고 11월부터는 반납기간을 열흘 더 연장하겠다는 대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 운동의 성패는 무엇보다 독자들이 '책도 나누어 보자'는 기부 마인드가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안 보는 책, 돈 몇푼 받고 처분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꼭 필요한 책이지만 읽었으니 다른 사람들도 읽을 수 있도록 기부하겠다'는 마음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반납기간을 연장하거나 환불액을 늘려도 이 운동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브라질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는 자신의 한 산문에서 "지금도 나는 책을 산다. 그러나 그것을 다 읽고 나면 여행을 떠나보낸다. 책에는 그것 나름의 길이 있고, 꼼짝없이 책꽂이에 묶여있게 해서는 안된다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썼습니다. 묵은 책 냄새가 나는 서재 앞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장서가들의 취미는 그 자체로 고급스럽지만, 나눔의 기쁨 또한 그 뿌듯함 이상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난달 담뱃값을 아껴 아이에게 책을 사주고 리펀드 운동에 참여했다는 한 아버지는 반납하는 책 속지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차고 넘쳐서 나누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자라지만 진심을 담아 나누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이 한 권의 책이 훨훨 날개를 달고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따뜻한 가슴을 가진 다른 부모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1주일 간의 금연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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