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현장은 시작부터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국감의 최대 이슈였던 환헤지상품 '키코(KI-KO)'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5개 시중은행장을 증인으로 불렀으나 이중 4명이나 불참했기 때문이다. 원래 증인으로 소환된 은행장은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이었으나, 하 행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참했다. 사유는 짜 맞춘 듯 '해외출장'이었다. 흥분한 의원들은 "불참한 은행장들을 고발하자"며 언성을 높였다. 관련한 언쟁 때문에 회의는 30분 이상 지연됐다.
시중은행장들이 불참한 진짜 이유는 이날 의원들이 지적했듯이 "어차피 키코에 대한 비난만 쏟아질 게 뻔한데 일단 피하고 보자"는 것이었을 것이다. 물론 국감이란 원래 정부기관을 상대로 하는 것이지 기업을 세우는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사태의 파장이 워낙 크고, 은행들이 그 공적인 성격 때문에 정부 보호 아래 성장해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날 출석해 피해현황과 자구책을 성실히 설명했어야 옳았다. 한 의원은 "은행장들이 이렇게 무책임하니까 키코 피해가 이토록 커진 것 아니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장만 문제는 아니다. 이날도 증인에게 답변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질타하고 금융에 대한 기본지식 없이 호통부터 치고 보는 의원들의 구태는 여전했다. 이래서야 은행장들이 출석했어도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여야 간 증인 합의가 늦어 소환장을 늦게 보낸 정무위의 미숙함도 국회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셈이 됐다.
24일 다시 열리는 금감원 국감에서는 당사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키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문준모 경제부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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