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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시트콤을 탈출하다

입력
2008.10.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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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으로 돌파구를 찾아라.

최근 설 자리가 급격히 좁아진 시트콤이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도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코미디뿐만 아닌 미스터리와 멜로를 가미하거나, 기존 시트콤의 유형을 벗어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 것.

최근 종영한 MBC '크크섬의 비밀'은 시트콤에 미스터리 스릴러를 도입해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기존 시트콤이 한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삼은 것과 달리, 봉사활동을 떠나러 배를 탔다가 섬에 낙오된 회사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작품을 진행했다.

보통 100~200회에 걸쳐 방송되는 기존의 일일 시트콤과 달리 40회 분량에 그친 점도 눈길을 끈다. "마치 미니시리즈 같은 빠른 전개를 보여줬고, 시즌제를 염두에 둔 스토리를 선보여 신선했다"는 평이 많다.

'크크섬의 비밀'의 후속작인 '그분이 오신다'도 역시 기존 시트콤의 관성을 깨는 소재로 시선을 모은다. 스캔들로 한 순간에 몰락한 톱스타 여배우, 마치 조로증에 걸린 것처럼 나이 든 외모를 가진 오빠, 그리고 그와는 전혀 다른 외모의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이 등장하는 등 평범한 구석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아예 시트콤의 특징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경우도 있다.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트콤 출신 작가들이 집필한 드라마. 시트콤 특유의 코믹한 상황 묘사가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생생한 연출과 30대 여성의 일상을 리얼하게 파고드는 묘사는 시트콤도, 드라마도 아닌 새로운 장르라고 해야 설명될 수 있다.

시트콤의 변신은 지난 몇 년간 계속된 위기상황 때문. MBC '거침없이 하이킥'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대부분의 시트콤은 낮은 시청률로 조기종영되거나 아예 시간대를 뺏기는 수모를 겪었다.

'크크섬의 비밀'의 송재정 작가는 "시트콤 작가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작가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시트콤들은 새로운 수요도 노린다. 과거 SBS '순풍산부인과' 등의 가족 시트콤이 전 연령대에게 폭넓게 사랑받고, MBC '논스톱' 등의 청춘 시트콤이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과 달리, 요즘 시트콤은 새로움에 열광하는 마니아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크크섬의 비밀'과 '막돼먹은 영애씨'는 모두 열렬한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분이 오신다' 역시 새로운 시도에 대해 마니아층이 뜨거운 호응을 보내고 있다.

가외 소득도 생겨나고 있다. '크크섬의 비밀'은 짧은 방영 분량 덕에 해외 수출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송재정 작가는 "시트콤은 본방송에서의 시청률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양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콘텐츠가 돼야 경쟁력이 있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시트콤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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