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화가 손상기(1949~1988)가 세상을 떠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어린 시절 영양 부족으로 구루병을 앓은 뒤 척추가 휘는 장애를 얻었다.
짧은 생애 내내 장애와 싸웠던 손상기는 그림을 통해 그 고통을 표현하고 극복했다. 또 자신이 살았던 서울 아현동 산동네 풍경과 주변 홍등가, 난지도 등 도시의 어두운 부분을 화폭에 담았다.
신체의 장애와 가난 속에서 동시대의 풍경을 그리다 요절한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툴루즈 로트렉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사람들은 그를 '한국의 로트렉'이라고 부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손상기 작고 20주기 기념전 '시들지 않는 꽃'을 통해 그를 추모하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임종 직전 병상에서 그린 작품에 이르기까지 100여 점의 대표작이 걸렸다. 전시장을 연대별로 3개의 공간으로 나눴고, 가족과 고향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별도로 모았다.
손상기는 생전에 "생채기 난 꿈을 실현시키려는 욕망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1976년 작 '자라지 않는 나무'와 '고뇌하는 나무'에서 장애인이라는 열등감을 직시해 작품에 반영했다면, 그의 1980년대 '시들지 않는 꽃' 연작은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시들어버려 더 이상 시들 수 없는, 그래서 더 영원할 수 있는 존재이기를 원했던 바람이 담긴 작품들이다.
전남 여천에서 태어나 여수상고와 원광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손상기는 전주에서 활동하다 1979년 서울 아현동 굴레방다리 근처 사글세방으로 옮겼다. 홍등가 작부를 모델로 한 '취녀' 연작, 전쟁 같은 대규모 개발공사를 소재로 한 '공작도시' 연작 등 대표작들이 이곳에서 나왔다.
그는 아내와 두 딸 사이에 자신을 그려넣은 작품 '병상에서'를 마지막으로 39년의 생을 마감했다. 병명은 폐울혈성 심부전증이었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 관람료 3,000원. (02)2188-6114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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