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감사 결과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감사 결과를 비공개하는 데 대선을 앞둔 정치적 고려가 있었는지 ▦지난해 농림부에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제도 개선이 미뤄진 점 ▦부당 수령자 17만 명의 명단을 서둘러 파기한 이유 등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국회 법사위의 17일 감사원 긴급 국정감사에서도 이를 둘러싼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정치적 외압 때문에 감사 결과를 비공개했나
감사원은 지난해 5월15일 감사를 종료한 뒤 6월20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 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감사원은 이어 7월26일 전체회의를 열어 감사 결과 비공개를 결정했다. 한미 FTA 체결을 둘러싸고 농심(農心)이 들끓는 상황에서 대선을 수개월 앞두고 청와대와 감사원이 민심이반을 막기 위해 비공개쪽으로 의견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한 달 사이에 감사 결과가 은폐된 것은 감사원 차원의 결정이 아니다"고 따졌다. 주 의원은 "대선 5개월 전이고 집권당의 지지율이 바닥에 있을 때"라며 "청와대와 당시 감사원 수뇌부의 협의로 덮어진 것이기 때문에 검찰이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통령 보고 자료에 부당수령 공직자 17만명 중 본인 5만명, 가족 12만명이라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장윤석 의원은 "노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깜짝 놀라 '국민이 알면 폭동이 나겠구만'이라고 우려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손범규 의원은 "대통령 보고 5일 전 이호철 청와대 상황실장과 정창영 감사원 국장이 만나 보고내용을 사전 조율했다"며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을 지낸 뒤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긴 김조원 사무총장이 한달 여간 고민하다가 비공개 결정을 유도하는 쪽으로 감사위원회에서 의견을 개진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황식 감사원장도 "직불제가 문제 많다는 대통령실의 (감사) 요청이 있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이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당시는 민주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시점"이라며 외압설을 일축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변호사도 "당시 청와대 회의는 한미FTA 체결에 따른 농업 부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선을 감안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특히 "당시 회의 후 감사원으로부터 추가로 보고 받거나 지시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감사위 회의록에 따르면 주심인 박종구 감사위원이 "감사 결과를 공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전윤철 감사원장은 "공표를 안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박 위원이 "그러면 대외비 정도로 하겠다"고 정리하는 것으로 회의는 마무리됐다.
농림부에 대한 주의조치 왜 비공개했나
감사원은 지난해 7월 농림부에 주의, 통보 조치를 통해 쌀 직불제의 핵심 문제점을 정확히 적시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가짜 농부들이 직불금을 수령하고, 진짜 경작자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없다며 쌀 직불제 자체의 재설계를 지적했다. 진짜 농업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당시 감사 결과 및 조치가 공개되고, 농림부가 이를 충실히 이행해 대책을 마련했다면 이후 쌀 직불금 부당 수령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날 법사위의 감사원 국감에서 "감사원과 농림부 모두 직무를 유기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당 수령자 17만명 명단을 왜 파기했나
감사원이 부당 수령자 명단이 담긴 파일을 삭제했다는 주장은 향후 현장 확인을 위한 주요 자료를 내버린 셈이어서 상식에 어긋난다. 감사원법에도 "감사를 위해 확보한 자료는 추후 확인할 수 있도록 증거서류로 보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야 의원들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은 "부당 수령 공직자가 4만6,000명이라는 것을 확인하고서 자료를 보지도 않고 폐기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따졌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명단부터 공개하고 문제 있는 사람이 책임진 뒤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순서"라고 비판했다.
명단을 모두 폐기했다는 감사원의 해명을 뒤엎는 증언도 나왔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표본조사를 통해 500여명의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했다"며 "그 과정에서 공무원 3명이 (부당 수령자에) 포함됐다"고 대답해 부당 수령자 명단을 일부 확보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김광수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