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집을 담보로 은행 빚을 진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효과가 적어도 주택담보대출 금리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이번 주 3개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주보다 0.12%포인트 오른 연 6.84∼8.34%가 적용된다. 3년 고정형 대출금리는 연 8.60∼10.10%로 무려 0.36%포인트나 상승했다. 우리은행의 20일자 변동형 금리는 연 6.98∼8.28%로 이번 주보다 0.11%포인트가 오르고, 신한은행도 0.11%포인트 오른 연 6.88~8.18%로 고시했다. 하나은행의 변동형 금리는 연 7.2∼8.5%로 최고 금리가 8%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그만큼 자금조달이 수월해지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내려가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렇다면 왜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는 걸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그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뜀박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91일짜리 CD금리는 17일 연 6.10%로 전날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이는 2001년 1월 19일(6.1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한 지난 9일에만 잠시 주춤하다 이후 다시 오름세를 지속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CD 금리가 금융위기로 인한 은행 부실 가능성을 그대로 반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제3자에게 양도가 가능한 정기예금증서인 CD는 통장 발행자와 만기일에 돈을 찾는 사람만 확인되는 무기명 채권이다. 그만큼 현금조달이 수월해 은행이 단기자금을 조달할 때 CD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
시중은행이 CD를 발행하면 구매자들이 CD의 가격(CD금리)을 결정하는데 구매자는 주로 증권사의 머니마켓펀드(MMF)들이다. 증권업협회에서는 매일 7개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트리플A등급의 CD에 대해 10개 증권사들이 부르는 금리(오전 11시30분 기준)를 받는다. 협회는 그 중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8개 금리의 평균을 공식적인 가격(CD금리)으로 정하고 이를 낮 12시에 발표한다.
최근 CD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CD를 사려는 수요가 없다는 의미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주로 은행 쪽에서 사고가 생기다 보니, 은행채나 CD도 위험하지 않겠나 하는 우려 때문에 수요가 많이 줄었다"며 "91일짜리 뿐 아니라 다른 개월 CD나 은행채도 금리가 많이 뛰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은 만기가 3개월인 은행채(AAA) 금리도 지난달 16일 5.63%에서 6.28%로 0.65%포인트나 상승했고,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3년짜리 은행채 금리도 이 기간 연 6.72%에서 7.99%로 1.27%포인트 급등했다.
따라서 CD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향방은 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일단은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실물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은행에 대한 신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문제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 등 은행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꼭지점이 얼마일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은행 유동성 문제가 대출자에게 금리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대책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만일 정부정책이 은행 유동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줄 거라는 신뢰를 시장에 줄 수 있다면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반전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8월 말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32조9,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1.3%늘었다. CD금리에 연동하는 변동금리형 대출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약 95%를 차지한다. 특히 3~5년 전 집을 사면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거치기간이 끝나고 원금을 갚아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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