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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저기도 안좋네요" 바가지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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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저기도 안좋네요" 바가지 병원

입력
2008.10.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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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얼굴에 생긴 뾰루지 때문에 서울 여의도 A피부과를 찾은 최모(30ㆍ여)씨는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난다"는 의사 말에 덜컥 겁이 났다. 병원측은 10주 과정의 진료를 권했고 최씨는 95만원을 내고 치료에 들어갔다.

그러나 3주일 정도 지나면서 병원측은 당초 얘기했던 모공관리 대신 얼굴 전체의 여드름 치료와 피부 재생시술을 시작했다. 의아해 하는 최씨에게 병원측은 "가격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 때서야 최씨는 병원이 바가지를 씌웠다는 것을 알았다. 최씨는 "큰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치료를 시작했는데, 이런 치료라면 받기 싫다"며 환불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는 병원측에 '소비자보호원에 알리겠다'고 강경하게 맞선 끝에 3주일 시술료를 뺀 6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 서민 두번 울리는 과잉진료

불황과 함께 매출이 급감한 일부 피부과와 치과 병원이 과잉 치료ㆍ시술로 환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어금니 충치 때문에 회사 근처인 서울 서대문구 신촌 B치과를 찾은 정모(37)씨는 "치료비가 320만원정도 들어갈 것"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의사는 "충치는 물론이고 신경치료, 레진, 미백치료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빠듯한 살림에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네 치과로 발길을 돌렸다. 정씨는 "4분의 1가격에 충치치료만으로 충분하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병원들이 환자 건강보다는 돈벌이에 더 신경쓰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드름 때문에 피부과를 자주 찾는 김모(27ㆍ여)씨도 "요즘 들어 시술비가 비싼 패키지 진료에다 레이저 제모, 재생관리까지 권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에 가면 이것도 문제 저것도 문제라고 해서 병원이 병을 만든다고 느낄 지경"이라고 말했다.

과잉 치료ㆍ시술에 대한 불만은 올들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9월말까지 소보원에 접수된 피부과의 진료비 및 시술 관련 민원은 모두 751건. 2005년과 2007년에는 각각 652건과 862건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연간 1,000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 병원들도 '매출감소로 과잉진료' 인정

병원 관계자들도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환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C피부과의 피부관리사 김모(27ㆍ여)씨는 "올들어 매출이 20%나 줄어들면서, 원장이 직접 '패키지 진료와 가격 높은 시술을 권하라'고 독려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가 시술을 유치하면 건당 5만~10만원의 성과급과 팀장ㆍ실장으로의 승진 점수에도 반영된다"며 "잘못이라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이 과잉 진료ㆍ시술을 유도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의 D치과병원장 이모(45)씨는 "진단과 처방은 의사 자유재량이고 전문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면서도 "최근에는 같은 치과의사가 볼 때도 돈벌이에 급급해 과잉시술이나 과다한 진료비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 보험평가팀 관계자는 "일부 병원들의 과잉시술 및 부당청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곧 기획실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재웅 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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