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드 자카리아 지음ㆍ윤종석 등 옮김/베가북스 펴냄ㆍ398쪽ㆍ2만원
이 세기의 초입, 지구인들은 미증유의 폭력을 지켜보았다. 9ㆍ11 테러. 미국은 모욕감에 불덩이를 퍼부었고, 지구는 화염에 휩싸이는 듯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그렇게 '느껴질' 뿐이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전쟁 횟수를 총괄한 통계치에 의하면 인류는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번영의 시대를 살고 있다. 다만 빛의 속도로 참극을 전하는 영상 이미지들이 사람들을 착시에 빠뜨렸을 뿐이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국제판 편집장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 책에서 그런 영상 이미지가 아닌, 매우 현실적인 미래상을 그린다. 테러와의 전쟁과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상황을 예상, 중국과 인도의 부상 등을 예견하면서 미국이라는 슈퍼 파워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를 제시한다.
그는 인류가 지금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 최신 통계와 글로벌 트렌드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수 세대 동안 펼쳐질 세계상을 보여준다. 알 카에다마저 와해된 지금, 이슬람의 위협은 소수의 광신자에 관련된 문제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도전세력의 와해, 중국의 변화, 동맹세력의 결집 등 현재 세계의 큰 흐름들을 미국에 대한 행동으로 초점을 맞춘다.
미국의 힘을 분석하는 저자에 의하면 미국은 "용기를 가지고 권위에 도전하며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 허용"(291쪽)되는 나라다. 9ㆍ11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은 행정부 강경파들을 대담하게 만들었고, 그들은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것은 글로벌 제국"(330쪽)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현실적으로 최대의 관건은 과거 미국의 부상 속도를 능가하는 중국이라고 지적한다. 대 유럽 전략에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영국이 아니라 비스마르크가 돼라"며 강대국들에 대한 포용정책을 요청한다.
북한의 핵사찰 수용 전에 씌어진 이 책은 북한을 불안 요소로 단언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거된 지금, '미국 아래서의 평화로운 배열'을 내다보는 책의 주장은 더욱 탄력을 받는 셈이다. 미래의 산업과 정치 등의 예상도까지 펼쳐보이는 책은 그래서 미국을 중심에 둔 일종의 미래서로 읽힌다.
저자는 미국의 경제, 도덕적 힘 등을 신뢰하지만 낙후된 정치문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로비, 미디어, 이해집단 등이 충돌하는 '연극 무대'가 돼버린 미국은 이제 '뭐든 할 수 있어(can-do)'의 국가가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마(do-nothing)'의 정치 프로세스에 빠져 버렸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선은 어떤 답을 들려줄까? 오바마가 대선 일정 속에서도 끼고 다녔다는 책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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