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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우리도 뒤집는다" 사자 반격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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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우리도 뒤집는다" 사자 반격 포효

입력
2008.10.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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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동점인 연장 14회초. 삼성 선두타자 최형우와 다음타자 박진만이 범타로 물러나자 공격이 끝나는 듯했다. 5시간에 걸친 혈투가 버거웠는지 응원단의 함성에도 맥이 없었다. 그러나 채태인의 우전안타에 이어 김창희의 중전안타가 터지자 야구장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비밀병기'로 꼽았던 이용찬을 9번째 투수로 올렸다. 하지만 신명철은 이용찬의 2구를 힘껏 끌어당겨 왼쪽 담장까지 굴러가는 안타를 날렸다. 역전 2타점 2루타. 1루 주자 김창희가 홈인할 때 3루까지 내달린 신명철은 박한이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승리를 재확인 시켰다.

삼성이 1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신명철의 결승타에 힘입어 연장 14회, 5시간 7분 동안의 혈투 끝에 두산을 7-4로 꺾었다. 전날 4-8 역전패를 설욕한 삼성은 1승1패를 기록,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 후 선동열 감독은 "야구를 시작한 뒤 이렇게 어려운 경기는 처음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플레이오프 최장시간 신기록(5시간 7분)을 세운 이날 경기는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 두산(9명)과 삼성(8명)은 총 17명의 투수를 출전 시켜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투수 출전 신기록을 세웠다. 삼성이 이날 두산으로부터 얻은 볼넷 10개도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볼넷 타이기록이다.

초반 분위기는 두산 쪽이었다. 두산은 3회말 오재원의 2타점 3루타 등으로 3-0으로 달아났다. 삼성은 그러나 1-3으로 뒤진 7회초 최형우의 2루타 등 4안타와 상대 포수의 패스트볼을 묶어 4-3으로 뒤집었다. 두산은 공수교대 후 이대수의 2루타와 채상병의 적시타로 4-4 균형을 이뤘다. 이후 8회부터 13회까지는 지루한 0의 행렬이 이어졌다.

신명철은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신명철은 "오늘 친 역전타가 내 야구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타점"이라며 "나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던 아내에게 승리의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무리 오승환은 연장 13회 구원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 서정환의 야구 관전평/ 두산 선발 랜들 너무 빨리 교체했다

전날 1차전과 달리 2차전에서는 양 팀 선발투수들이 비교적 오랜 이닝을 버텨줬다. 역시 국내무대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지 않은 삼성 에니스보다는 두산의 랜들이 구위나 마운드 운영면에서 한 수 위였다.

양 팀 벤치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물량공세를 퍼부었는데 이날은 삼성의 선동열 감독보다 두산의 김경문 감독이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랜들이 4회만 던지고 내려갔는데 3-1에 투구수가 78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1회 정도는 더 끌고 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그랬다면 전체적으로 불펜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었다.

두산은 랜들 4이닝에 이어 이혜천 정재훈 김명제 임태훈 이재우 금민철까지 쏟아 부었는데 다음날 경기가 없다 하더라도 다소 무리한 마운드 운용이었던 것 같다. 그나마 이겼다면 다행이었겠지만 14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패한 탓에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다. 대구 3~5차전에서 이들이 과연 제 컨디션에서 공을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1차전에서 두산을 맞아 불펜이 무너졌던 삼성은 '필승카드' 정현욱을 다시 꺼냈다.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전날 43개나 던진 탓에 정현욱의 구위나 로케이션은 썩 좋지 않았다. 정현욱이 흔들리면 삼성 불펜은 무너진다.

두산이나 삼성이나 불펜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2경기밖에 안 치렀지만 체력소모가 컸다. 3차전부터는 1,2차전보다 더 치열한 타격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두산은 김동주의 분전, 삼성은 부상 중인 박석민의 컨디션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전 KIAㆍ삼성 감독

■ 양팀 감독의 말

▲삼성 선동열 감독=오늘 경기를 지면 홈에 가서 힘든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배수의 진을 치고 홈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포스트시즌을 많이 해 봤지만 이런 경기는 나도 오랜만이다. 선수들이 고생 많았다. 오더를 수없이 많이 생각했는데 어제 신명철이 3안타 쳤지만 데이터상으로 김재걸과 조동찬이 낫다고 봐서 선발에서 뺐다. 두산이 2번부터 시작하는 연장 13회만 잘 막으면 승산이 있다고 봐서 오승환을 투입했다. 매 경기 결승이다. 3차전에는 윤성환을 길게 가져갈 생각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오늘 조금 아쉽다. 3-2라는 점수를 너무 지키려다 보니 투수 교체를 감독이 잘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이용찬 투입은 결과적으로는 아쉽지만 불펜에서 몸이 풀려 있는 상태였다. 1승1패가 됐으니 대구에 가서 3차전을 잘 치르겠다. 1, 2차전에서 불안했던 이혜천은 코칭스태프 미팅을 통해 불펜 요원으로 계속 쓸지 결정하겠다. 마무리는 이재우가 가장 낫다고 본다. 임태훈 투입 타이밍을 놓친 게 아쉽다. 그러나 1승1패니 잘 되고 있다.

이상준 기자 허재원 기자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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