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스페인의 세계적 테너 호세 카레라스 내한공연은 일반인은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후원사인 대우증권이 창립 38주년을 맞아 자사 고객과 각계 VIP들을 초청하기 위해 입장권을 몽땅 가져갔기 때문이다.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비공식적으로 구하든지, 사야 한다. 인터넷에서는 벌써 29일 공연 티켓을 판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스타 공연의 입장권을 특정 후원기업이 독식해 '자기들만의 잔치'를 하는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예술의전당에서 6월에 열린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조피무터, 지난해 1월 호세 카레라스의 공연 때도 비슷했다. 국립예술단체들의 오페라나 발레 공연, 심지어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까지 어느날 보러 가면 "오늘은 어느 이동통신사나 카드사 회원의 날" 이라며 일반인의 관람을 아예 봉쇄한다. 공연단체나 기획사로서는 안전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문화 접대비로 자사 고객들에게 생색내고,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의 문화예술 공연에 대한 투자와 소비 확대, 문화예술 향유권의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일반 관객들의 문화 향수기회를 빼앗거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연장이 특정 기업만을 위한 공간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논란이 일자 세종문화회관은 "앞으로는 100% 기업후원 공연이라도 일정 좌석은 일반 관객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조치이다.
기업들도 달라져야 한다. 후원금의 절반 이상을 입장권으로 요구하는 것을 예사로 아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10일 내한한 뉴욕 BAM공연센터 카렌 홉킨스 대표는 비자(VIZA)사가 가수 폴 사이먼의 공연에 거액을 후원하면서도 전체 입장권 2만5,000장 중 겨우 1,000장만 자사 고객을 위해 가져간 것을 예로 들면서 상식을 초월한 요구를 하는 후원은 차라리 받지 않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결정한 후원이라면 더욱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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