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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해외 명장 2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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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해외 명장 2인 인터뷰

입력
2008.10.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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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를 하루가 다르게 체감케 하는 분야가 바로 예술계가 아닐까. 번역극은 물론 해외 프로덕션의 내한 공연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최근엔 유명 해외 창작자들과 국내 배우, 무용수들의 조우도 늘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1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모던발레 프로젝트'를 위해 처음 한국을 찾은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한스 반 마넨(76), 11월 7일 개막하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연극 '갈매기'를 무대에 올릴 러시아의 대표적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47)가 그 같은 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예술과 삶, 그리고 한국 예술가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 '모던발레 프로젝트' 안무 한스 반 마넨

네덜란드를 현대 무용의 새로운 메카로 만든 주인공, 120편 이상의 작품을 안무했고 독일 무용상, 브누아 드 라 당스 상, 에라스무스 상 주요 예술상을 휩쓴 현대 발레의 살아 있는 역사.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상임안무가인 한스 반 마넨은 한국 무용수들과의 작업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 "아, 그들이 한국 무용수였던가요?"

그를 비롯한 세계적인 안무가 3사람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 선보이는 '모던발레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될 그의 작품은 1989년 초연된 '블랙 케이크'다. 아시아 단체가 공연하기는 유니버설발레단이 처음이다.

"무용수들의 수준이 높아 작품 자체만 보일 뿐 한국의 발레단이라는 생각은 1~2분 만에 잊게 되더군요. 한국에 오고 싶었던 것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뛰어난 실력에 감명받았기 때문인 걸요."

1951년 소니아 가스켈이 창단한 '발레 리사이틀'의 발레리노로 춤과 인연을 맺은 그는 5년 만인 23세 때 첫 안무를 시작했다. 이후 1년에 3, 4편씩 신작을 내놓는 등 창작욕을 불태우며 30세 때부터는 전업 안무가로 활동해 온 그였지만 첫 직업은 뜻밖에 무대분장사였다.

"일곱살 때부터 춤을 추고 싶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통에 무용수도 관객도 사라지고 무용학교도 문을 닫았죠. 열세살 때부터 공연분장 일로 생계를 유지하다 열아홉살이 돼서야 드디어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지난해 9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은 그의 탄생 75주년을 기념한 '한스 반 마넨 페스티벌'을 열었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등 전세계 10여개 발레단이 그가 안무한 작품 25개를 3주 동안 공연했다. 살아있는 안무가에게 이러한 행사가 헌정되는 일은 거의 드물지만 그는 당시의 소회를 무척 담담하게 밝혔다.

"불현듯 온 세상이 제가 75세가 된 걸 알았지 뭡니까.(웃음) 당연히 영광스러운 자리였지만 솔직히 전 그때도 신작을 준비 중이어서 작품 구상에 골몰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도 그럴 것이 여든을 바라보는 지금도 왕성히 활동 중인 그다. 올 한 해만도 40개의 기존 작품과 신작 2편을 무대에 올렸다.

그는 이토록 오랫동안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을 "내용이 명확한 안무"에서 찾는다. "프로그램을 읽어봐야만 뜻을 알 수 있는 작품은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에 공연되는 '블랙 케이크'도 마찬가지. "나는 장난꾸러기 기질이 강하다"는 마넨은 NDT 창단 30주년 기념작이기도 한 이 작품을 "순수하거나 웃기는, 또는 과장된 열정의 남녀 관계를 3개의 파드되(2인무)로 표현해 멜로드라마를 풍자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객이 웃고 즐길 수 있으면 그뿐"이라며 모던발레가 어렵다는 편견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무용수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졌지만 안무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세계 무용계를 진단하는 이 거장에게 후배 안무가를 위한 팁을 물어봤다.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며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드는 것, 그것이 제 조언입니다. 그 옛날 베토벤의 음악이 지금처럼 보편화될 걸 누가 예상했겠어요? 무엇이든 계속 도전하지 않으면 세상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

공연 문의 (02)2005-0114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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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갈매기' 연출 유리 부투소프

"국가와 민족을 넘어 사람들이 각자 개성이 있듯 연극도 다 다르죠. 제가 여러분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깜짝 놀랄 만한 작품을 올린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군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연극 '갈매기'를 선보일 러시아의 간판급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는 고전의 현대적 해석, 과감한 생략으로 유명한 연출 스타일만큼이나 말을 아꼈다.

러시아의 지차트코프스키 연출로 2004년 공연된 '갈매기'는 예술의전당이 관객과 연극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20년 간 예술의전당 공연작 중 최고의 연극으로 뽑힌 작품.

특별히 이번 리바이벌 공연의 연출은 러시아 최고의 연극상인 황금마스크상 수상자로 2003년 '보이체크'를 한국 무대에 올린 유리 부투소프가 맡았다.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2003년 이후 한국에 오지 못해 삶이 지루했다. 고유한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일하는 게 무척 흥미롭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 배우들은 열정적이고 분석력이 강합니다. 연극적 깊이도 있죠. 특히 현재 구성된 '갈매기' 출연진의 발전 가능성은 작품에 대한 좋은 예감을 갖게 합니다. 그들의 다양한 성향 속에서 저도 제 안의 새로운 점을 많이 발견하고 있으니까요."

'갈매기'는 극작가가 되고 싶은 트레플레프와 배우 지망생 니나, 은퇴한 여배우 아르카지나, 위선적인 작가 트리고린 등의 사랑과 갈등, 꿈과 좌절을 통해 우울한 시대의 고통을 파헤친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이다. 유리 부투소프에게는 첫번째 도전하는 체호프의 희곡이다.

"의사였던 체호프는 로맨틱한 것과는 거리가 먼 냉혹한 작가"라고 부투소프는 평가했다. 그는 "체호프보다 더 어려운 작가를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그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인생의 비밀스러운 진실을 말한다"면서 "그 비밀과 단순명료하게 말하는 화법 사이의 부딪침, 그것이 체호프의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작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공연은 오늘의 내 느낌을 살린 체호프가 될 것"이라며 "죽음과 어머니가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출가마다 각자의 세계관과 인생관이 있기에 다른 여러 예술가에게도 체호프를 무대로 옮기는 데 각기 다른 어려움이 따르겠죠. 무엇보다 체호프는 연출가들이 살고 있는 세계와 연결지점이 있어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중요하게 보는 체호프 희곡의 특징은 부조리함입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그만의 독특한 해석이 담긴 숨은 유머를 통해 작품의 부조리함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마샤 역의 배우 김소희는 "100년 전 희곡이지만 극 중 인물의 외양은 현대화하되 인간의 진짜 감정을 통해 사실성을 살리게 될 것"이라고, 이전에 여러 차례 '갈매기'에 출연했다는 도른 역의 배우 남명렬은 "그 동안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연출가의 시각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설명할 정도다.

공연을 3주일 앞둔 지금, 부투소프는 번역에서 오는 뉘앙스 차이를 줄이는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갈매기' 번역본이 10개가 넘는다고 들었어요. 러시아 단어 하나를 10개가 넘는 한국어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배우 스스로 대사를 조정하도록 하는 편인데, 한국에서는 이 재능있는 배우들에게 자율권을 많이 주지 못해 안타깝네요." 공연 문의 (02)580-1300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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