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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계약자 '엑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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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계약자 '엑서더스'

입력
2008.10.1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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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 용인의 한 대형 아파트를 분양 받은 A씨는 최근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주변 시세가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떨어진 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빠질지 몰라 불안하게 갖고 있느니 계약금 6,000만원을 포기하더라도 발을 빼는 게 나을 것 같다"며 "같이 분양을 받았던 사람들도 상당수가 알음알음 해지 요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계약자들의 '엑소더스'(Exodusㆍ대탈출)가 시작됐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아파트 계약 해지 요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집값 하락이 두드러진 경기 용인을 중심으로 시작된 계약 해지 사태는 최근 수도권 신규 분양 단지들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용인 공세지구에서 2,000가구를 분양한 D건설은 계약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경우가 속출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20여명 이상이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측에 계약 해지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자들은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며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용인시청을 찾아가 고분양가 규탄대회까지 가졌다.

판교신도시 입주 예정자들과 건설사의 실랑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분당 등 주변 집값이 추락하면서 프리미엄 기대치가 크게 떨어진 데다, 일부 단지의 경우 조망권을 막는 단지 배치로 입주를 앞둔 계약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S사 분양관리 담당자는 "서너 달 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약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한 달에 2,3건 정도 계약 해지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기분양 논란에 휩싸여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용인 동천동에서 S건설이 분양한 R아파트는 계약자들의 집단적인 계약 해지 요청과 중도금 납부 거부 행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변 아파트 시세가 3.3㎡ 당 1,200만원 선으로 떨어지면서 3.3㎡ 당 1,700만~1,800만원 대에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고분양가도 문제지만 상당수 예비 입주자들이 "당초 계획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기분양"이라며 중도금 납부조차 거부하고 나서 회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올해 4월 용인 신봉동에서 분양한 D사도 사기분양 논란에 휩싸이면서 계약자들의 집단 이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계약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허위광고에 따른 계약 해지 및 계약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라, D사는 미분양 해소 부담 외에 계약자들과의 법정 소송까지 치러야 할 판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입주 예정자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주변 집값이 하락하는데도 높은 분양가를 감수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라며 "유동성 위기설이 도는 건설사의 경우 중도금 입금마저 막힌다면 '시공 차질→ 입주 지연→ 건설사 유동성 악화→ 부도' 의 파장이 터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미분양 급증에 계약 해지 사태까지 겹쳐 주택건설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올해 들어서만 820개의 주택사업자가 문을 닫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512개)과 비교하면 60%나 급증한 것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건설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현 시장 상태를 볼 때 당분간 주택경기 침체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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