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판도라의 상자'에 손을 댔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4일 국정감사점검회의에서 '공무원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수령'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그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ㆍ직원이 대리경작을 하면서 쌀 직불금을 타갔다면 형법상 사기죄"라며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해 부정하게 받아간 돈은 국고로 환수하고 정도가 심한 부분은 형사처벌을 검토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쌀 직불금을 신청했다가 취소했지만 실제로 돈을 받아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임ㆍ직원이 많다고 한다"며 "이는 예산을 훔친 행위로 공무원들의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도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정부에서 (공무원의 쌀 직불금 수령 관련)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적절하다고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그에 따라 조치를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쌀 직불금 수령의 폭발력은 메가톤급으로 추측된다. 2006년 공무원 4만여명이 쌀 직불금을 타갔다는 감사원 조사가 결과가 있다. 수령자 명단에 고위 공무원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명단이 공개되면 공직사회는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특히 농심(農心)을 자극하는 사안이라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를 것이다. 그래서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쌀 직불금 문제를 '판도라의 상자'로 불러 왔다.
여권은 이 차관을 계기로 쌀 직불금이 도마에 오르자 한동안 고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어물쩍 대다가는 여권이 덤터기를 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참에 다 밝히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쌀 직불금 수령은 참여정부 때 일이니 만큼 우리가 손해 볼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노무현 정권 시절 감사원이 이 문제에 대해 감사를 해 공무원들을 많이 적발했다는데 이게 왜 은폐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이날 아침 한나라당의 회의에서는 "홍수 나면 돼지 몇 마리 떠내려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현 정권 인사의 이름이 나오더라도 감수하고 가겠다는 얘기다. 선제공격이 이 차관 문제로 불거진 쌀 직불금 문제의 최고 방어책이라고 여권은 생각하는 것 같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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