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16일 내년 3월 국제중 개교를 예정대로 추진키로 한 것은 시교육위원회의 전날 국제중 동의안 심의 보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시교육청은 "여론보다 아이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말로 내년 국제중 설립 강행 이유를 밝혔지만, 이는 정책 심의.의결권한을 가진 시교육위원회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해 논란이 예상된다.
■ 문제점 보완 미지수
시교육청은 내달 6일까지만 국제중 입학 전형요강을 승인하면 2009년 개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0일부터 2주 가량 열리는 시교육위 정례회를 주목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지정ㆍ고시 절차를 감안할 때 이 기간 내에 국제중 동의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내년 개교는 물 건너 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교육청이 불과 3, 4일 만에 교육위원들이 '준비 소홀'로 지목한 절차상 오류, 교육적 타당성, 교사 수급, 평준화 정책 보완 등의 문제점들을 제대로 보완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주말 동안 보완책을 마련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교육청이 내년 개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국민적 관심사가 된 핵심 정책이 좌초될 경우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흔들림 없이 정책을 밀고 나가는 데 '시교육위 동의'라는 명분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김경회 부교육감도 이와 관련,"법적 논란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교육위의 동의를 받아 처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입장 차 드러낸 교육위원들
교육위원들은 15일 '보류' 결정으로 시교육청의 국제중 설립계획에 일단 제동을 걸었지만, 동의안이 심사 안건으로 다시 올라올 경우 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속내가 엇갈렸다.
14명의 동의심사 소위원회 위원 중 명시적으로 재심의 찬ㆍ반 입장을 밝힌 위원은 절반도 안되는 6명이었다. 대부분은 시교육청이 제출한 보완 대책을 검토한 후 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의견을 내놓았다.
최홍이 위원은 "시교육위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보류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시설ㆍ재정ㆍ교육과정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육위원 전원 합의로 결정한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은 교육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상진 위원은 "그 동안 꾸준히 국제중 설립을 지지해온 만큼 무조건 찬성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학수 동의심사 소위원장은 "여건 조성이 미흡해 보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인데 하루 만에 다시 심의해 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여전히 '2009년 개교 불가' 입장을 고수했지만, "일단 재심의 결정이 내려지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한편 시교육청 의사국은 시교육위가 재심의에 대한 거부 권한이 없어 법적 절차에 따라 동의안 처리를 진행하는게 옳다는 입장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 내년 개교 오락가락에 학부모·학원 갈팡질팡
16일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 설립 재추진 방침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의 혼란은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전날 시교육위원회의 '특성화중학교 지정 동의안' 심의 보류 결정이 나온 지 하룻 만에 180도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오락가락 행보를 거듭하는 교육 당국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제중 진학을 준비 중이던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대치동 주부 전모(47ㆍ여)씨는 "딸이 국제중을 목표로 공부를 해 왔는데 갑자기 내년 개교 여부가 불투명하다니 준비를 계속 해야할 지 말아야할 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목동에 사는 김모(41ㆍ여)씨도 "아이가 국제중을 가고 싶어했는데 내년 개교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국제중 대비반을 운영하던 학원들도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대치동 C어학원 관계자는 "국제중 설립 자체가 의문시 되면서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계획했던 커리큘럼도 잠정 보류한 상태"라며 전했다.
경기 일산의 국제중 대비 전문학원인 S학원 박모(41ㆍ여) 원장은 "국제중 설립과 관련해 어느 정도 혼란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서울에 분원을 내는 방안을 전면 재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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