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ㆍ합병(M&A) 시장의 가장 큰 매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이 GS와의 공동 컨소시엄이 무산된 뒤에도 GS와의 컨소시엄을 전제로 한 입찰 제안서를 낸 포스코의 입찰 자격을 박탈키로 했기 때문이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데 성공하면 자산 29조7,000억원으로, 금호아시아나와 대한항공 그룹을 제치고 재계 톱10에 오른다.
산업은행은 16일 "매각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포스코-GS 컨소시엄의 입찰 제안서를 무효로 처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포스코에 단독입찰을 허용할 경우 과도한 컨소시엄 구성 변경으로 절차상 투명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포스코는 이에 앞서 13일 GS가 본입찰 마감 직전 컨소시엄에서 탈퇴했음에도 포스코-GS 컨소시엄을 전제로 한 입찰서를 제출했다.
GS도 이날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확인서를 산은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입찰 자격에 논란이 생겼고 다른 경쟁자인 한화는 포스코의 입찰 자격 박탈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포스코는 이후 매각 주관사의 재량에 따라서는 입찰 마감 이후에도 컨소시엄 구성비율 등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에 기대를 걸고, 단독 입찰을 추진했다.
그러나 산은은 3일에 걸친 법률적 검토 뒤 "50 대 50의 지분율을 바탕으로 한 포스코-GS컨소시엄의 입찰서 내용을 포스코 단독 제안서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정했다. 포스코는 산은의 발표 직후"산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포스코 입찰 자격에 문제 제기를 하며 법리 논쟁을 주도한 한화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게 됐다. 한화는 그 동안 포스코의 단독 입찰 허용은 단순한 컨소시엄 변경이 아니라 기존 제안서를 입찰 마감 후에 송두리째 바꾼 것으로 시험 시간이 종료된 뒤 제출한 답안지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화는 "만약 포스코의 단독 입찰이 허용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산은을 압박했고, 결국 그 뜻을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 인수가격이다. 인수전의 다른 참가 업체인 현대중공업이 한화 보다 높은 가격을 써 냈다면 현대중공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보다는 한화의 인수 의지가 높았다는 점에서 한화의 최종 인수가가 현대중공업보다 높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대우조선 노조가 동종업계인 현대중공업의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한화에게 유리한 점이다. 시너지 효과 부문에서도 한화가 현대중공업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우세한 편이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산은은 본 입찰에 앞서 내부적으로 정한 적정가격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는 유찰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만약 한화와 현대중공업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써 냈을 경우에는 재입찰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산은 관계자는 "올해안에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24일께 두 후보 중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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