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음악앙상블(CMEK)은 한국 전통악기와 서양 악기의 앙상블로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실내악팀이다.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서울대 국악과 교수)씨가 이끄는 이 단체의 멤버는 9명. 가야금, 대금, 피리, 생황, 한국 전통 타악기, 기타, 첼로, 클라리넷, 서양 타악기로 이뤄져 있다.
CMEK는 1998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호랑이의 해 기념 '동시대 한국 현대음악 연주회'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앙상블은 낯선 것이었고, 더군다나 그런 편성으로 '현대' 음악을 한다는 건 모험이었다.
지난 10년간 CMEK는 국내외 여러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70여 편의 작품을 위촉해 초연하는 등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알리는 데 힘써 왔다.
26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CMEK, 세계 거장과 만나다'는 세계적 거장 추웬충, 클라우스 후버 등 외국 작곡가 5명에게 위촉한 작품을 초연하는 자리다.
프로그램의 여섯 곡 가운데 CMEK가 2007년 뉴질랜드에서 세계 초연했던 이탈리아 작곡가 스테파노 벨론의 'One Thread'만 한국 초연이다. 일본과 중국 작곡가 타케오 쿠도, 친웬첸, 타카하시 유지도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곡을 썼다.
이지영씨는 "외국 작곡가들에게 작품을 위촉할 때 한국의 전통적 요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곡을 써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한다. 한국 전통악기를 잘 모르는 외국 작곡가들을 위해 CMEK는 세계의 여러 현대음악 축제에서 작곡가들을 만나 우리 악기를 소개하는 워크숍을 하고 악기와 음반을 선물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 작곡가 중 한 명인 추웬충은 이번 공연을 위해 수백 통의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한국 악기에 대해 공부하고 의견을 구하면서 작곡을 했다고 한다.
어떤 가야금을 쓸 것이냐를 정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을 정도(명주실의 18현 가야금으로 정했다)다. 그렇게 공들여 완성한 작품 'The Eternal Pine'을 추웬충은 올해 백수를 맞은 국악학자 이혜구 선생에게 헌정했다.
외국의 좋은 작곡가에게 국악기가 들어간 곡을 위촉하는 것은, 우리 악기의 세계화와 현대화를 향해 디딤돌을 놓는 일이다. 이씨는 CMEK가 해 온 이런 일을 농사에 견준다.
"그동안 수많은 곡을 연주했지만, 그 중 살아남는 곡이 몇 개나 될까요. 우리는 욕심을 부리거나 서두르지 않기로 했어요. 그저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가꾸면 언젠가 좋은 수확을 거둘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는 거지요."
그는 "한국 전통악기로 서양 악기와 대등하게 활동하는 세계적 연주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의 비파, 일본의 생황은 이미 그런 연주자들이 있다. 공연 문의 (02)6242-0298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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