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붕괴를 대비한 우리 정부의 대책은 미분양 해소를 통한 건설업체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 건설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도와주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경험을 가진 나라의 경우 부실화된 금융기관에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대책이 많았지만 건설회사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주택 분양 방법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집을 짓기 전에 분양을 하기 때문에 미분양이 발생해도 다 지을 때까지 분양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면서 정부에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 미분양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다른 나라의 경우 집을 먼저 짓고 분양을 하기 때문에 미분양이 나면 반값 세일까지 불사하며 건설회사들이 직접 자구책에 나선다.
김 소장은 "최근 중국 상하이 등에서 미분양이 나자 30% 세일에 돌입한 곳이 적지 않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택가격이 계속 폭락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1+1 세일'(한 채 사면 한 채 더 주는 것)을 하는 곳까지 나타났다"고 전했다.
다만 1990년대 초 일본의 경우 정부가 부동산 버블 붕괴 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건설업계를 살리려는 노력을 했었다. 이는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건설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매우 높은 '토건 국가' 성향을 갖고 있어 건설업 붕괴는 경기 침체와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90년 4월 도입했던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를 91년 12월에 유사시 재규제 조건으로 사실상 해제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은 계속됐고, 은행의 건설업 대출만 확대됐다. 사실상 부동산업계의 부실이 은행으로 이전된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윤영환 연구원은 일본의 사례를 들며 "거품 붕괴 위기를 또 다른 거품 만들기로 넘기는 것은 가장 손쉬운 해결 방안이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업체의 부도를 막기 위한 은행권의 일시적인 채무 만기 연장, 미분양 펀드에 보증업체가 보증을 서도록 유도하는 것 등 현 정부의 건설업체 금융 지원은 오히려 금융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건설회사가 무려 4배나 늘었다"면서 "이들이 모두 부도가 나지 않도록 구제해 주겠다는 발상이라면 무모한 것이며,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것으로 더 큰 파국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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