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영국식 해법을 따르고 있다. 유로존 내 15개 국가들이 12일 은행의 부분 국유화와 은행간 지급보증을 골격으로 하는 영국식 위기 해결방식에 합의한 데 이어 미 재무부도 2,500억달러의 자금을 주요 9개 은행에 투입할 계획이다. 유럽 각국이 내 놓는 구체적 실행 방안 역시 영국식과 닮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 국유화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던 독일 정부는 은행간 대출 보증에 4,000억유로, 은행에는 800억유로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프랑스도 은행간 대출보증과 부실 은행의 일부 국유화를 위해 3,60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미국식과 영국식 대응방식에 있어 가장 큰 차이는 정부가 은행의 주인이 되는지 여부다. 영국은 정부가 은행 지분을 인수해 사실상 '국유화' 하지만, 미국이 고집했던 방식은 정부가 은행의 부실채권만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2일 뉴욕타임스(NYT)에 "'브라운이 세계 금융을 구했는가'라는 질문은 성급하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미국이 몇 주의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영국 방식이 세계적 금융구제 방식으로 자리잡았다"고 평했다.
각국이 미국식이 아닌 영국식을 택하는 이유는 영국 방식이 더욱 명료하고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방식은 맥이 없다"며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다만 7,000억 달러를 투입해 부실자산을 매입하겠다는 게 미국 방식"이라고 평했다. 크루그먼 교수도 "정책은 명확한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영국 방식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영국과 미국 방식의 차이는 서로 다른 금융, 정치 현실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조셉 메이슨 교수는 "미국은 국유화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도 13일 "미국이 횡설수설한 끝에 국유화 방침으로 돌아선 것은 미국이 자유방임을 추구하는 데다 국유화 개념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라며 "이는 사회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평했다. 반면 노동당 출신인 브라운 총리에게 국유화는 당의 이념과 맞아떨어지는 대책이었다.
금융 현실도 다르다. 영국 은행의 위기 역시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미국처럼 다양한 대출상품이 존재하지 않기에 브라운 총리는 부실자산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1사분기 현재 미국 내 모기지 관련 자산이 4조6,800억유로였던 데 반해 영국은 2,800억유로에 불과했다. 전 영국은행 분석가인 드앤 쥴리우스는 블룸버그통신에 "미국은 부실자산이 문제였지만 영국은 다만 은행에 자본만 투입하면 됐다. 영국식은 영국에나 맞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미국마저 영국 방식을 따를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 내에서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사이몬 존슨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IHT에 "은행을 일시적으로 국유화 하고 나중에 다시 매각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미국 정부는 너무 천천히 움직였다"고 말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낸시 코엔 교수는"위기의 시기에 (자유방임주의라는) 이념은 사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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