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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신윤복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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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신윤복 열풍'

입력
2008.10.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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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요즘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1938년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세운 한국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간송미술관은 평소에는 철문이 굳게 닫혀있다. 매년 봄, 가을에 딱 보름씩만 일반 관람객을 위해 문을 열기 때문에 이곳의 전시회는 늘 붐빈다.

그런데 이번 가을 전시인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 서화전'은 더 유난스럽다. 보화각은 간송미술관의 전신이다. 개막일인 12일 아침부터 미술관이 있는 언덕길 아래 파출소까지 길게 줄이 늘어서더니 이날 하루에만 무려 2만여명이 다녀갔다.

평일에는 좀 덜하다 해도 전시장은 여전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다. 줄을 서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작품을 보려면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고, 때로 뒷사람의 재촉에 작품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혜원 신윤복(1758~?)과 단원 김홍도(1745~1806?)를 주인공으로 한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화제를 모으면서 이들의 그림을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의 원작인 이정명의 동명 소설에서 시작된 신윤복 열풍은 11월 개봉하는 영화 '미인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간송미술관의 최완수 한국민족연구소 연구실장은 "1971년 간송미술관이 전시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것 같다"면서 "드라마의 영향으로 전시의 가치나 내용을 잘 모르고 오는 손님들도 꽤 있지만, 어떻든 우리 문화재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역시 1층에 전시된 신윤복의 '미인도(美人圖)' 앞이다. 조선시대 여인 초상화의 으뜸으로 꼽히는 '미인도'의 여인은 탐스러운 머리와 그윽한 눈빛, 풍만한 한복 자락과 그 아래 살짝 드러난 버선발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밖에도 국보 135호인 '혜원전신첩'에 실린 '주유청강(舟遊淸江)' '월하정인(月下情人)' '야금모행(夜禁冒行)' '단오풍정(端午風情)' '계변가화(溪邊佳話)' 등 신윤복의 그림마다 정체 현상이 빚어진다. 특히 드라마에서 신윤복이 화원 시험 때 그리는 그림으로 설정된 '단오풍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다.

신윤복은 역시 화원화가였던 아버지 신한평이 75세까지 화원에 출사하는 바람에 50대 초반까지는 부친과 상피(相避)하기 위해 화원의 공식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완수 실장은 "그 때문에 신윤복은 상류사회의 자제들과 어울리며 풍류ㆍ생활상을 그리는 데 열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번 전시를 통해 조영석(1686~1761)으로부터 시작된 조선 풍속화가 단원과 혜원에 의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선시대 서화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대표작들로 꾸민 이번 전시는 유자미(?~1462), 이경윤(1545~1611) 등 중국 화풍의 영향이 컸던 조선 초ㆍ중반기에서 출발해 겸재 정선(1676~1759)으로 대표되는 진경산수화가 만개했던 시기를 거쳐, 추사 김정희(1786~1856)의 화풍에 이르기까지 104점의 서화를 선보인다.

정선의 그림으로는 진경산수를 이미 완성한 64세 때의 '청풍계(淸風溪)'와 중국 고사를 토대로 하면서도 초가집과 선비의 의복 등 조선의 모습을 담은 '여산초당(廬山草堂)'이 나왔고, 버드나무 위 꾀꼬리를 쳐다보는 선비의 모습을 담은 김홍도의 '마상청앵(馬上廳鶯)'도 볼 수 있다.

매화 숲 속의 서재를 그린 전기(1825~1854)의 '매화서옥(梅花書屋)'은 추사학파의 생활 습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번이 첫 공개다. 26일까지, 무료. (02)762-0442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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