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 통했다. 테러지원국 해제와 핵 검증 원칙 합의로 북미 간 직접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속수무책이다. 남북관계는 꽉 막혀 있고 북핵 문제에서도 미국과 뭔가 아귀가 맞지않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묵은 통미봉남(通美封南ㆍ북한이 미국과는 대화하지만 남쪽은 무시하는 전략) 이야기가 또 흘러나온다. 대책은 없을까.
정부는 신(新)통미봉남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견해를 부인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통미봉남이라는 말이 있지만 미국이 북한에 식량 50만톤을 지원한 것도 우리 정부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북한도 이 같은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국을 무시하면 북미관계 개선도 어렵다는 경고다. 정부 당국자도 "테러지원국 해제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있었고 마지막까지 우리 의사가 반영됐다"며 "한미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철저했던 만큼 통미봉남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소외론'이 끊이지 않는다. 북핵 검증에 있어 '정확성, 완전성' 원칙과 미신고시설 검증 필요성을 외치던 외교부는 미국이 북미 협의에서 검증 수위를 낮추자 군말 없이 따랐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만 설득하면 한국은 자연스레 따라오리라는 선입견을 북한에 심어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북미대화가 활발하지만 남북대화는 깜깜 무소식이다. 통일부는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비해서는 운신의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남북 간 현안은 제자리다.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도 여전하다. 결국 북미가 합의하면 남한은 돈(경수로 비용 70% 부담)이나 내던 김영삼 정부 시절의 통미봉남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북정책 기조 전환으로 상황을 돌파하고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겨레평화연구소 김연철 소장은 "북미관계는 활발해지는데 남북관계만 정체되면 결국 한미 간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경제협력, 군사 신뢰, 평화체제 문제 등이 모두 담겨 있는 10ㆍ4 선언 이행 의지를 확실히 하는 게 주도권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민간분야의 인도적 식량지원이나 방북 등을 지원, 분위기를 조성한 뒤 적십자나 군사 실무급 등 낮은 단계의 회담을 제안하면 북한도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현 정부 기조를 급하게 바꿀 수 없다면 개성공단 2단계 개발, 군 통신선 문제 등 10ㆍ4 선언 관련 실무회담을 제의, 정부의 실질적인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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