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그으면 청구서가 반드시 날아온다.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을 투입, 금융위기의 큰 고비를 넘긴 미국, 영국 등도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느라 각국의 재정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난 것이다.
미 국무부는 2008회계연도(2007년 10월~2008년 9월) 미국의 재정적자가 4,548억달러(약 540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2007회계연도의 재정적자 1,615억달러의 3배 규모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2%에 해당한다. 종전 최대 적자 규모는 2004회계연도의 4,130억달러였다.
문제는 내년 회계연도의 재정적자가 올해보다 더 늘어난 5,00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 정부가 금융위기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한 것에 따른 부작용이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영국 파이내셜타임스는 영국이 500억파운드(약 100조원)를 금융기관 구제에 사용하면 내년 재정적자가 GDP의 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도 400억유로를 은행의 자본재조정에 투입할 경우 내년도 공공부문의 부채가 GDP의 6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이 금융기관 구제를 위해 쏟아 부어야 할 공적자금은 모두 2,000억유로(약 3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 스위스중앙은행도 15일 달러화 무제한 공급 방침에 따라 시장에 총 2,540억달러를 풀었다.
재정적자는 한 국가의 금융시장에 자금 수요를 늘려 금리 인상을 초래하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킨다.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무부 채권을 발행, 해외의 중앙은행과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국제금융 시장에서 미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중앙은행이나 기관 투자가가 매입을 꺼릴 수 있다. 또 만기가 되면 재투자를 하지 않고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 장관은 14일 "정부가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오히려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이 안정을 찾으면 지분 가치가 높아져 평가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적자금 투입의 성공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결국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재정적자의 부담은 납세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타당해 보인다. 프랑스 사회당의 디디에 마고 하원 금융위원장은 "공적자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세금을 인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구제금융에 필요한 예산을 세금으로 충당하지 않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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