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혈당이 정상이라도 식후 혈당이 높으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강남성모병원 내과 손호영 교수는 '초기 당뇨병 환자에게 중요한 식후 고혈당 관리'라는 주제로 지난 10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당뇨병은 공복 혈당이 126㎎/㎗ 이상, 식후 2시간 뒤의 식후 혈당이 200㎎/㎗이상일 때를 말한다. 2005년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20~79세 인구의 7.7%가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매년 50만명의 환자가 새로 생기고 있다.
손 교수는 "한국인은 쌀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에 비해 식후 혈당이 높은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인슐린 분비량이 적기 때문에 식후 혈당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식후 고혈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내피 세포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으면서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악화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란셋(Lancet)'에 발표된 당뇨병 환자 2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DECODE 연구'에서도 밝혀졌다. 손 교수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당뇨병 초기단계부터 약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최동섭(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교수도 초기 당뇨병 환자의 특징의 하나는 공복혈당이 낮지만 식후혈당이 높은 경우가 많아 공복 시 측정결과만으로 당뇨병 진단을 놓치기 쉽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에 따라 "초기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유발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식후 고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약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우정택(대한당뇨병학회 치료소위원장) 교수도 "식후 고혈당은 초기 당뇨병 환자나 당화혈색소(HbA1c)가 8 이하로 높지 않은 환자에게 당뇨를 관리하기 위한 중요한 조절인자"라고 강조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도 한국인 당뇨병의 특징은 마른 당뇨병이 많고 인슐린 분비기능이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진단기준에 공복혈당과 더불어 경구당부하검사를 포함하고 있다.
영국에서 진행한 제2형 당뇨병 환자 연구(UKPDS)에 따르면 초기 당뇨병 환자의 경우 미세혈관 합병증(안구질환과 콩팥병을 유발)보다 거대혈관 합병증(관상동맥질환과 뇌혈관질환)이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식후 고혈당으로 인해 당뇨병 환자의 심장질환이 늘어나고 있음이 이 연구에서 드러났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초기 당뇨병 환자가 식후 고혈당 문제를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 교수는 "일본에서 많이 처방되고 있는 메글리티나이드 계열의 당뇨병 약은 식사 후에 신속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후 고혈당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메글리티나이드 계열 약은 기존 설폰요소제(SU제제)와는 달리 식후 고혈당만 신속히 조절해 저혈당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초기 당뇨병 환자의 당뇨 관리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메글리티나이드 계열 당뇨병 약으로는 글루패스트(중외제약) 등이 출시돼 있다. 중외제약 김봉식(내과 전문의) 상무는 "글루패스트는 식후 고혈당을 떨어뜨리는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가장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음식 섭취에 따른 혈당치를 조절하기 위해 식사하기 전 일정 시간에 맞춰 약을 복용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식사할 때 함께 먹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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