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남북관계 전면 차단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최근 분위기가 좋아진 북미관계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한의 항복 선언을 받아내겠다는 경고다. 경고에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북한은 2006년 핵실험 때도 그랬듯 예고를 행동에 옮길 때가 많다.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 폐쇄 이야기까지 나온다. 정부의 적절한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북한의 압박은 일단 통미봉남(通美封南ㆍ미국과 대화하고 한국은 무시한다) 전술로 읽힌다. 북한은 12일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 이후 북미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남쪽의 호의를 기대하며 애걸복걸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래서 "남측이 대북관계 개선에 성의를 보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보다 직접적인 요인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월 취임사에서 남북관계를 "이념이 아닌 실용의 잣대로 풀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강력한 상호주의 기조는 북한의 반발만 불러왔다. 정책 기조가 기선 제압과 대화 제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동안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덮치면서 관계 개선의 기회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
특히 노동신문이 "우리의 최고 존엄을 감히 건드리는 것은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주장한 대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9ㆍ9절 행사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불참하고, 뇌혈관 수술에 따른 건강이상설이 퍼지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이 보인 어설픈 정보 취급 행태와 급변사태 대비 개념계획 5029 거론 문제 등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수순을 밟을까. 북한은 2일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 등을 담은 대북 전단지(삐라) 살포에 강하게 반발하며 개성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중단 가능성을 경고했었다. 하지만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만 3만5,000여명에 달하고 8월 한 달 이들에게 지급된 월급만 247만 달러에 이를 정도여서 북한이 달러박스인 개성공단 문을 닫을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 그래서 개성관광 일시 중단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안보위기 지수마저 높아지는 데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한 만큼 우리의 태도 변화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을 돌리자니 보수 지지층의 반발이 우려되겠지만 인과관계를 잘 살펴 현명히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북한이 요구하는 10ㆍ4 선언 이행과 관련해 개성공단 기숙사 건설 약속 실행,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 착수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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