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한 고비를 넘기자 이번에는 실물경제 추락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지 하루 만에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의 경제 지표가 줄줄이 장기불황을 예고하면서 유럽, 미국은 물론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주식이나 원자재 같은 위험자산을 팔아 미국 달러나 일본 엔 같은 안전자산을 확보하는데 열중했다. 로이터통신은 홍콩의 한 투자회사 수석 투자전략가가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금융안정 대책이 이렇게 빨리 약효를 잃을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소비성향을 보여주는 9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1.2% 줄어들어 석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며 낙폭도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발표한 경제동향 종합보고서 베이지북은 "지난달 미국의 경제활동이 전국적으로 둔화됐으며 기업은 투자를, 소비자는 지출을 줄여 향후 전망도 어두워졌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금융위기에 이어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에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근로자 임금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경제의 최후 보루인 벤 버냉키 FRB 의장도 이날 "금융시장이 안정되더라도 경제활동은 당분간 잠재성장 능력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이 경기침체에 돌입했고 장기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로이터통신은 "버냉키의 강력한 경고가 전세계 증시 폭락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유럽도 유로화 사용 15개국(유로존)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2% 감소해 경기침체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3분기 실업률은 전분기보다 0.5% 포인트 증가, 5.7%에 이르렀는데 이 같은 증가 폭은 1991년 이후 최고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영국 금융산업이 몰락하면서 내년 영국 실업률이 7%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에서는 미국 등 주요국 시장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이 경기침체 우려를 높이고 있다. 소니의 미국 소매 판매는 3개월 연속 최악을 기록했으며 도요타는 미국 내 신차 판매가 지난달 보다 32%나 감소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도 수출에서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16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따르면 중국은 거의 전분야에서 수출 수주잔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9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증가, 293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증가분의 절반은 위안화 절상에 따른 착시효과이며 나머지 절반도 대부분 중국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허수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8월의 위안화 절상분과 인플레이션 영향을 감안하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도리어 0.5% 감소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도널드 콘 FRB 부의장이 "주택ㆍ금융 시장 동향과 각종 지표를 종합해 볼 때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미국이 내년까지 불황에 허덕이다가 내년 말 또는 2010년 회복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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