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어떻게 생을 마감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요즘 많이 회자되는 유행어가 '9988234'입니다. '아흔 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삼일 시름시름 앓고 편히 죽겠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평소 건강에 신경 쓰고 검진을 철저히 받는 등 노력하지 않으면 이런 행운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암으로 가장 많이 사망합니다. 매년 암 환자가 11만명이 새로 생기고, 암으로 6만4,000여명이 죽는 등 암으로 국민 4명 중 1명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암 중에서도 가장 흔한 암이 위암입니다. 당신이 위암에 걸렸다고 생각만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다행히 위암은 진단도 쉽고, 내시경 등으로 조기 발견하면 거의 완치할 수 있습니다. 정부도 1999년부터 5대암 조기 암 검진 사업을 통해 위암 조기 발견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기 암 검진 사업에 따르면, 40세 이상의 무증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나 상부 위장관 조영술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암 조기 검진을 위해 내시경 검사를 받으려면 시간과 용기도 필요합니다. 내시경이 목을 넘어가면서 생기는 숨막힐듯한 느낌과 구역질, 고통으로 검사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받기 싫은 고문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럴 때 대안이 수면내시경과 경비(코)내시경입니다. 수면내시경이라지만 이것은 사실 의식 있는 진정 상태에서 받는 검사입니다. 수면내시경 검사에는 수면제로도 쓰이는 진정제인 미다졸람이라는 약물을 주사합니다.
이 약물을 정맥주사하면 몇 분 안에 정신이 몽롱해지는 진정상태나 가수면상태가 돼 내시경을 받기 용이한 상태가 됩니다. 이 약물의 또 다른 특징은 깨어난 뒤에도 주사 맞은 상태에서 일어났던 상황이 잘 기억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술을 많이 마신 뒤 다음 날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의료진과 나눈 대화도 기억나지 않게 하는 독특한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수면내시경을 하면 시술 시 통증과 구역질을 느꼈더라도 푹 자고 일어난 뒤에는 대부분 기억하지 못합니다. 미다졸람이라는 약물을 사용하는 수면내시경은 의식을 완전히 잃게 만들며 스스로 호흡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전신마취와는 다릅니다. 마취하는 것이 아니고 진정만 시키는 것이지요.
어떤 이에게는 약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 내시경 과정을 모두 기억하고 일반내시경과 다를 바 없다고 불평하고 심지어 환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는 수면내시경이 마취와 같다고 오해했기 때문이지요.
또한, 수면내시경을 자주 받으면 몸에 안 좋고 머리가 나빠진다고 오해하는 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사약 용량이 수면제 1알이나 2알을 먹은 것과 비슷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부 병ㆍ의원에서는 프로포폴이라는 약물을 사용하는데, 이 약은 전신 마취를 하기 전에 쓰이는 마취 유도용으로 아주 짧은 기간 의식을 완전히 잃게 만들기 때문에 고통 없이 내시경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흡을 심하게 억제하므로 주의를 기울여 사용해야 합니다.
또 다른 편한 내시경으로 경비내시경(코내시경)이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내시경 굵기가 5㎜정도라 일반 내시경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편하게 코로 삽입할 수 있습니다.
일반내시경보다 검사 시간이 좀 더 길지만 환자 불편이 많이 줄고 만족도는 높습니다. 경비내시경 검사 시에는 코 속을 마취해 코로 들어갈 때의 거북함을 없앱니다. 내시경 검사 중 환자와 의사가 서로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2005년 국내 연구에 따르면 내시경을 검사를 받은 후 향후 내시경 선택 시 다시 경비내시경을 시행하겠다는 환자가 93.6%, 일반내시경은 57.5%로 검사 후 다시 경비내시경을 선택하는 환자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편히 오래 살려면 우선 위암의 질곡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두려워 말고 위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으세요.
민영일 비에비스나무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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