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금융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7,000억달러 규모 구제금융의 첫 조치로 민간은행 지분 인수를 택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4일 오전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2,500억달러를 투입해 시중 9개 주요 은행의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300조원과 맞먹는 물량공세를 통해 금융기관을 살리는 대신 자본시장의 핵심인 은행들을 정부의 관리하에 두겠다는 '영국식 처방'을 따른 셈이다. 이 자금은 의회의 승인이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지난달 발표된 부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 인수 방식보다 훨씬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13일 저녁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회장 등 주요 금융사 회장과 은행장 5명과 만나 정부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는 은행들이 정부 자본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선택할 수 없고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요청했고 은행들은 이를 수용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폴슨 장관은 이미 지난주 은행 지분을 매입할 것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우선주 매입 대상이 되는 대형은행은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 파고, 스테이트스트리트코프, 뱅크오브뉴욕멜론, 메릴린치 등이다. 재무부는 한 은행당 최대 250억달러씩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며 지원 금액은 은행별로 차등화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 "9개 은행이 절반인 총 1,250억달러를 받고 앞으로 30일 내에 수천 개의 소형 은행에 나머지를 투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은행별로 씨티그룹, 웰스 파고, JP모건체이스 등에 각각 250억 달러가 그 밖에 은행에는 이보다 적은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 보험에 가입한 은행 부채에 지급보증을 서는 한편 일부 예금은 무제한 지급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FDIC의 조치는 은행 고객들의 무분별한 자금 인출을 막고 경색된 은행 간 거래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풀이된다.
은행지분 직접 매입은 미 정부가 원한 방안이 아니었다. 유럽과 달리 미국은 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 왔다. 그런 미국 정부가 사실상 '국유화(Nationalization)'조치라는 이름이 붙는 은행지분 소유를 택한 것은 그만큼 금융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키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대형기관에 정부 돈이 들어가야 신뢰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닐 캐시커리 재무부 차관보는 "정부가 새롭게 시행하는 정책 목표는 가계와 기업에 돈이 다시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아담 포센 부소장은 "이번 조치가 시장방임을 포기하고 경제문제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구제금융조치가 성공한다면, 경제가 망가졌을 때 국가가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모범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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