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것까지' 하는 불안이 있다. 주가 폭락과 환율 이자율 급등으로 펀드가 반토막 나고, 유학 간 아이가 학업을 포기하고 돌아오고, 집을 담보로 빌린 은행돈 갚기가 난감하다는 신음소리를 들으면서부터 생긴 것이다. 경기 침체가 새 일자리 만들기는 고사하고, 지금의 '내 일자리'까지 앗아가는 것은 아닐까. 불안은 전체 근로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일수록 깊고 크다.
그들은 여차하면 잘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 줄이는 것이 경영혁신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곳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 현대차에는 100여 개 협력업체 6,500명의 직원들이 있다. 말이 협력업체 직원이지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단체협상에서 오직 자신들 보너스 100만원 더 받자고 파업하고, 1차 협상타결안까지 부결시켰다. 임금이야 협력업체 소관이니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러나 회사의 수용 여부를 떠나 한 번쯤은 그들을 현대차 정규직으로 채용해 달라고 요구해야 했다. 작년에는 시늉이라도 냈지만 올해는 아예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 당연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현대차 정규직으로 옮긴 협력업체 직원은 한 명도 없다.
▦ 서울메트로 노조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파업, 그것도 늘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자신들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틀린 것도 아니다. 20년 동안 24번의 노사분규와 10번의 파업을 강행했다. 1년에 수 십번의 조퇴, 변칙 병가와 대체 근무수당 수령, 근무지 무단이탈 등 근무태만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누적 운영적자(5조 4,000여억원)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측은 2010년까지 20.3% 인력감축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계획대로라면 2,088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 경기 침체가 계속된다면 현대차는 생산규모를 줄이고, 그러면 당연히 협력업체 직원들부터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 경우 노조가 자신들 임금을 줄이는 대신 그들의 일자리를 유지해 달라고 하면 회사는 받아들일까. 한 간부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의 이기주의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서울메트로 역시 노조의 파업 위협에도 불구하고 인력감축을 밀어붙일 기세다. 합리적 운영과 비용 절감, 노조의 자기 쇄신과 고통분담을 통해 '상생'하는 길은 없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나만 살자'는 세상보다 무서운 적은 없다.
이대현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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