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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동 재개발로 통일문제硏 철거 위기…백기완 소장 읍소 "민중 눈물 맺힌 통일 산실 지켜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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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동 재개발로 통일문제硏 철거 위기…백기완 소장 읍소 "민중 눈물 맺힌 통일 산실 지켜주오"

입력
2008.10.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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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눈물로 쌓은 통일운동의 산실을 살려주십시오!"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76) 소장이 재개발로 헐릴 처지에 놓인 서울 종로구 명륜동4가 연구소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백 소장은 13일 사회 각계 인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민중이) 500원, 100원씩 모아 일으킨 맨 처음 통일의 집을 옹근채로 들어낼 끔찍한 날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통일문제연구소 살리기 비상대책회의'라도 만들면 안될까요?"라고 읍소했다.

연구소가 자리잡은 명륜동4가 일대는 지난해 9월 주택재개발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 공사에 들어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연구소가 명륜동에 둥지를 튼 것은 1990년. 88년 봄부터 벽돌 한 장 값 500원씩 모아 '통일마당집'을 마련하자는 운동을 펼친 끝에 대지 105.78㎡ 연면적 142.15㎡의 2층 양옥집을 사들였다.

대학생과 노동자는 물론, 재미ㆍ재독교포까지 10만여명이 십시일반으로 8,000만원을 모아줬고, 백 소장도 신주단지처럼 아끼던 백범 김구 선생의 붓글씨 두 점을 팔아 보탰다.

연구소가 첫 발을 내딛은 것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 소장은 "통일의 '통'자도 꺼낼 수 없던 시절, 연구소 준비모임이란 간판을 우리 집 대문에만 붙여도 한밤에 누군가가 떼서 불을 질렀다"면서 "그래서 간판을 등에 매고 다녀 '백통일'이라고 불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동안 연구소가 한 일이 크진 않지만 통일이 한낱 바람이 아니라 일구어야 할 하제(희망)라는 것을 일깨우는데 조금은 도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역사가 담겨 있고 10만여 민중이 피눈물을 보탠 집을 아파트 짓자고 헐어내야 하느냐"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명륜동4가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관계자는 "이 지역은 소방차 한 대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낙후돼 주민 80% 이상이 재개발에 동의했다"며 "주민 다수가 원하는 사업에 대해 백기완 선생이 이해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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