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이모(24)씨는 며칠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휴대폰을 공짜로 준다는 '공짜폰' 광고를 보고 이동통신 A사에 가입했다. 그러나 가입 후 처음 받은 요금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이용료의 두 배가 넘는 16만원이 나온 것이다. A사 고객센터에 전화해 이유를 묻자, "공짜폰을 판매한 곳이 별정통신사업자여서 그렇다"고 했다.
별정통신사업자? 이동통신업체와 별정통신사업자의 차이를 모르는 이씨는 도무지 무슨 소리인 지 알 수 없었다. 더욱 황당한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공짜폰을 판매한 별정통신사업자 B사에 전화해 알아보니 이씨는 휴대폰을 공짜로 받은 대신 통화료가 비싼 B사 요금제에 가입돼 있었다. 저렴한 A사 요금제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고, 해약을 하면 휴대폰 가격과 맞먹는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이 씨는 어쩔 수 없이 B사 대리점을 통해 휴대폰을 또 하나 구입해야 했다.
별정통신사업자란 이동통신업체의 가입자를 대신 모집하는 회사. 이들은 이통사처럼 별도의 요금제를 구성해 가입자를 모집한 뒤 매달 이용료를 이통사와 나눠 갖는다. 현재 SK텔레콤을 제외한 KTF와 LG텔레콤이 별정통신사업자와 함께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별정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 공짜폰을 멋모르고 구입했다가 비싼 요금을 물어야 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B사 피해자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46)씨는 "현재 가입자 수가 2,000명을 넘었고, 누적 피해를 감안하면 몇 십 만 건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짜폰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길래 피해가 생기는 것일까. 별정통신사업자들은 휴대폰을 공짜로 주는 대신 자체 책정한 요금제를 통해 통화료를 비싸게 받는다. 이동통신업체가 만든 요금제는 통화료가 10초당 평균 18원으로 책정된 반면, 별정통신사업자들은 10초당 20원을 받는다. 사실상 휴대폰 요금이 통화료에 전가된 셈이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 수 없다. 별정통신사업자들이 이용자 약관이나 공짜폰을 광고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비싼 통화료를 명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별정통신사업자들은 1,500~2,000통의 문자메시지(SMS)를 무료로 제공해 20대 여성들을 집중 유혹하고 있다.
20대 여성층이 SMS를 즐겨 보낸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달콤한 열매의 독은 치명적이다. 공짜폰과 무료 SMS만 보고 가입하면 2~3배 이상 비싼 통화료를 감수해야 한다. 서비스도 제약이 많다. 가입 해지가 불가능하며 장기 고객 할인이나 마일리지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공짜폰을 구입할 때에는 반드시 별정통신사업자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선아 한국소비자원 이동통신담당 차장은 "가입 계약서의 회사명을 반드시 확인하고 공짜폰 제공 조건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별정통신사업자를 통한 가입자는 KTF 300만명, LG텔레콤 32만명 등 332만명에 이른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실제 관련 민원이 적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몰랐다"며 "인터넷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KTF와 LG텔레콤은 자체 규정을 강화해 문제점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KTF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구별할 수 있도록 별정통신사업자에 대해 가입신청서 양식과 요금청구서, 마케팅 방법 등을 KTF와 다르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텔레콤은 "7월 이후 별정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조건 등을 엄격히 살펴본 뒤 계약을 맺고 있어 과거와 달리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가입자가 많이 줄었다"고 해명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이화영 인턴기자(이화여대 생명과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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