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아 3만리' 류의 눈물 쏟을 스토리를 이처럼 낙천적이고 따뜻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자집 건너편, 벽화와 파티용품점이 보이는 버스정류장 옆 공중전화. 멕시코에서 할머니와 사는 소년 까를리토스가 미국에서 일하는 엄마 로사리오를 찾아갈 수 있는 단서는 이것뿐이다. 영화 '언더 더 쎄임 문'은 엄마를 찾아 혼자 1,500㎞의 길을 떠나는 소년의 이야기다.
비행기표 살 돈은 국경을 넘자 잃어버리고, 일하러 간 토마토농장에는 불법체류자 감시반이 들이닥치는 등 까를리토스의 여정은 예상대로 험난하기만 하다. 하지만 영화는 눈물이 아닌 미소를 자아낸다.
까를리토스의 천진하고 낙관적인 태도는, 아이라면 귀찮게만 여기는 불법체류자 엔리께마저 친구로 만들어버린다. 특히 영화에 흐르는 경쾌한 라틴 음악은 세상을 보는 이 영화의 힘을 함축하고 있다.
"슈퍼맨은 어떻게 미국에서 일을 하나. 세금 낸 적도 없고, 주민등록증도 없는데…"라는 노래로 불법체류자 신세를 비꼬는가 하면, 까를리토스를 짐짝처럼 여기던 엔리께가 까를리토스 덕분에 일자리를 구하자 "내가 널 이용하는지, 네가 날 이용한 건지…"라는 노래가 흐른다.
멕시코 최고의 여배우로 꼽히는 케이트 델 까스틸로가 엄마를 연기하고, 유명 코미디언 유지니오 다베즈가 소년의 길동무 엔리께 역을 맡는 등 멕시코의 톱스타들이 나온다.
까를리토스 역의 아드리안 알론소는 CF와 드라마 등으로 인기를 얻은 아역배우. 길거리에서 까를리토스와 엔리께를 태워주는 밴드는 그래미상을 받은 '로스 타이거스 델 노테'다. 멕시코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영화 공부를 한 여성 감독 파트리샤 리겐이 연출을 맡았다.
16일 개봉, 전체 관람가.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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