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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와인회사 깔리테라 수석 와인메이커 쿠아드라씨 "와인 맛있게 먹는 법? 배고플 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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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와인회사 깔리테라 수석 와인메이커 쿠아드라씨 "와인 맛있게 먹는 법? 배고플 때 드세요"

입력
2008.10.1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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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즐겁게 마시는 게 와인을 최고로 즐기는 겁니다." 칠레 주요 와이너리(와인회사) 중 하나인 깔리테라의 수석 와인메이커 세르히오 쿠아드라(사진)가 최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깔리테라의 한국 진출 10년을 맞아 자신이 만든 와인을 한국에 알리기 위해서다.

와인메이커가 무엇을 하는 직업일까.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시음하는 것은 일부분입니다. 좋은 와인 생산의 기본조건인 포도밭의 토질, 기후 등 여건에 대한 점검부터 포도나무가 꽃을 피울 때부터 열매를 맺을 때까지 전 과정을 관리ㆍ감독하는 일입니다." 마치 아이를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부모의 입장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했다. 물론 포도 재배도 농업의 한 부분이지만, 고향(칠레 산티아고)에서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와인와 관련된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칠레 공군 조종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대학 시절 미국 워싱턴 D.C.에서 1년간 머문 것이 '와인 인생'의 계기가 됐다.

당시 영어도 배울 겸 시내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는데 와인과 음식의 궁합에 대해 알기 시작하면서 와인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칠레로 돌아와 와인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미국과 프랑스 등 당시로는 칠레보다 한 수 앞선 와인 산지에서 많은 경력을 쌓기도 했다.

쿠아드라는 2007년 깔리테라로 자리를 옮겼다. 전에는 이미 와인메이커로서 독보적인 자리를 잡은 탓에 대학에서 5년간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외에도 와이너리가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어차피 기업인 만큼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후세에 물려 줄 환경자산을 잘 보존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서다. 깔리테라는 이를 위해 포도넝쿨을 비닐끈이 아닌 재생종이로 묶는 것부터 시작해, 인근 마을의 전통음악학교를 지원하는 등 지속가능한 성장 방법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고 있다.

세계 최고의 와인메이커인 그에게 와인을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묻자, 돌아오는 답변은 의외로 싱거웠다. "깔리테라는 한 해 500만병의 와인을 만드는 데, 대부분 타깃이 와인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와인을 특별히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가장 배 고플 때가 와인의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에게 국내에서 오랜 기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의 일부 내용(주인공이 와인의 향과 맛을 원시림, 버섯, 이끼 낀 땅과 나무 냄새, 관능미 넘치는 한 폭의 그림 등에 빗대어 묘사)을 설명하자, 그냥 웃고 만다. '좋은 사람과 즐겁게 마시면 되지, 그런 게 왜 필요하냐'는 표정이다.

다만, 레드와인은 18도 정도에서 마시는 게 제일 좋다고 조언했다. 25도 이상으로 넘어가면 향이 빨리 달아나 제 맛을 느낄 수 없고, 너무 온도가 낮으면 와인 향이 움츠러들어 제 맛을 내지 않는다는 것.

쿠아드라가 깔리테라로 와서 처음으로 만든 와인은 '깔리테라 트리뷰토 에디션 리미티드'(판매가 7만원)와 '세니트'(10만원). 그는 배 고플 때 이 와인들을 음미하면 고급 칠레산 와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고 권한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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