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율이 유독 높은 검찰청 현황, 외교 차량의 교통범칙금 체납액 현황, 연예인들의 지상파 프로그램 출연료 현황….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국정감사 보도자료 제목이다. 알아둬서 나쁠 게 없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도 없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내용들이다.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국감의 거창한 의미와도 동떨어져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위기와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이 제기되는 와중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올해 국감 초반부 상임위 질의 역시 이런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도 일각에서는 국감무용론을 제기한다. 국감의 한계를 짚는 분석은 여러 가지다. 먼저 477곳(올해 기준)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20일 안에 국정 전반을 감사하겠다는 데서 오는 물리적 한계다.
그나마도 의원 1인당 주어진 시간은 질의, 보충질의 합쳐 20여분 남짓. 초선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개그맨 노홍철이나 이성미의 따발총 말솜씨가 없으면 낭패”라고 말한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행정부의 면피주의도 원인이다. “국회의원은 시간도 없지만 자료도 없다”는 자조섞인 말이 회자될 정도. 올해는 정부가 국감 제출 자료에 대해 보안성 검토를 강화해 자료 가뭄이 도를 넘었다. 한 보좌관은 “산하기관 실무자에게 받기로 한 자료가 기관장과 부처 검토를 거치며 빠지기 일쑤”라고 했다.
정쟁도 가뜩이나 부실한 국감의 질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 한 의원의 발언 도중 나온 ‘불륜’이란 단어나 국감장에 배치된 전투경찰 배치 등 비본질적 사안이 정쟁의 빌미가 됐다. 물론 여야 간 전선 형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야당 입장에선 정부의 실정을 적극 부각시켜 존재감을 부각시킬 필요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당은 “지난 10년을 심판하겠다”며 흘러간 레코드판만 틀고 있고, 야당은 “현 정부를 심판하겠다”면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국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정현 의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국감 유감’이란 글을 통해 “국감의 범위와 사안을 예산 편성에 참고할 내용으로 국한시키자” “연중 상시 국감도 적극 검토하자” 등의 제안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도 매년 상반기에 상임위별로 국감일정을 짜 사실상 상시국감이 되도록 국감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마치 내각제처럼 여당이 행정부를 옹호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상시 청문회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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