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북핵신고서 검증의정서 합의에 따라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고 11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북한은 20년 만에 테러지원국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고, 그동안 중단됐던 북한 영변 핵시설 불능화작업 재개와 검증활동 시작으로 3단계 북핵 폐기 협상의 발판도 마련됐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추구했던 모든 요소가 핵 검증 패키지에 포함됐다”며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을 밝혔다.
북미 간 검증 합의문은 ▦미신고 시설 방문은 북한과의 상호 동의 필요 ▦샘플링(시료 채취) 등 과학적 절차 도입 ▦검증체계에 포함된 모든 조치들은 플루토늄 프로그램, 모든 우라늄 농축, 핵확산 활동에 적용한다는 내용 등이다. 7월 6자회담 합의사항인 한국 등 6자회담 참가국 전문가의 검증 참여도 재확인했다.
외교소식통은 “북미 간 최대 쟁점이었던 시료 채취에서 북한이 양보하고, 미신고시설 검증에서는 미국이 한 발 물러선 결과”라며 “플루토늄 핵개발 의혹을 우선 검증하고 핵무기 문제나 우라늄 핵개발, 시리아 등에 대한 핵확산 의혹은 차기 협상으로 미룬 사실상의 단계적 분리 검증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6월 핵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미국이 미신고시설 검증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미국이 8월 11일로 예정됐던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를 연기하자 북한은 불능화 작업 중단으로 맞섰다. 결국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1~3일 방북 과정에서 분리 검증안을 제시하면서 이번 합의서가 마련됐다.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김숙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2일 “6자회담이 정상궤도로 복귀하고 궁극적으로 북핵 폐기로 이어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하며 이를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도 대변인 기자문답 형식의 발표를 통해 “(미국의 조치를) 환영한다”며 “우리도 ‘행동 대 행동’ 원칙에서 영변 핵시설의 무력화(불능화)를 재개하며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 성원들의 임무 수행을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미 간 핵검증 합의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로 불능화 작업 중단 이후 고조됐던 북핵 위기는 일단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에 따라 북미수교 등 관계정상화를 위한 차기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핵무기 검증, 우라늄 핵 개발과 북한의 핵 확산 의혹 규명은 다음 단계 협상으로 미뤄졌고,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경제제재가 여전하다는 점이 문제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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